북한바로알기 38. 김정일 위원장 중국방문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0/09/03 [13:59]

북한바로알기 38. 김정일 위원장 중국방문

통일신문 | 입력 : 2010/09/03 [13:59]

경제상황 타개책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 작용

 

강석승│경기大 정치전문대학원 대우교수

 

 

“모든 기관, 기업소가 식량을 비롯,

필요한 물자 자체적으로 융통하라”는

5.24 지시는 북한체제의 제1특성인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 버팀목인

배급제를 포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북한을 통치하는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5월에 이어 8월 말 또 다시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전 세계의 이목은 그 진의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에 집중되었다.

항간의 추측처럼 김정은에의 권력세습을 위한 이른바 ‘세자책봉’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극심한 경제난을 타결해 나가기 위한 ‘구원의 손길’을 뻗치기 위해서 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재의 움직임 속에 ‘혈맹국가’인 중국을 통해 살아나갈 수 있는 나름대로의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서 일까?

이런 의문 가운데 가장 신빙성이 있는 답으로는, 날이 갈수록 쇠락하고 있는 국력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동력을 중국으로부터 유인해 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만큼 최근의 북한경제는 ‘깊이 패일대로 페인 주름’을 김정일과 그 측근세력만으로는 감내하기 힘들 만큼 바닥의 상태에 직면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며, 식량과 생필품 등 “모든 것을 인민들이 원하는 만큼 공급해 주겠다”는 이른바 ‘무상분배원칙’이 이미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난 해 11월 말 단행한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는 가운데 전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국가의 비현실적인 이런 조치로 인해 그동안 알게 모르게 모아왔던 알토란 같은 돈을 일시에 강탈당한 인민들의 성난 민심은 마치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가는 가운데 영예군인이나 전쟁노병들까지 이에 가세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현재까지도 그런 조류가 완전하게 가시지 않은 것이 바로 북한의 경제현실이다. 이에 당황한 김정일 정권은 당 재정계획부장인 박남기를 화폐개혁의 주범으로 몰아 공개처형하고, 내각 총리였던 김영일이 공개석상에서 사과를 했다.

김정일 스스로가 나서서 김일성의 “흰쌀밥에 고깃국 유훈”을 지키지 못한 점을 인정하면서 인민들을 달래려 했으나, 한 번 기운 배는 민심이라는 풍랑을 만나 좌초위기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정권은 “모든 기관, 기업소가 식량을 비롯하여 필요한 물자를 자체적으로 알아서 융통하라”는 5.24지시를 내리게 되었고, 이는 바로 북한사회주의체제의 제1특성인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의 버팀목 중 하나였던 배급제를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런 초 극단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민들의 경제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김정일은 체면이나 자존심의 손상을 무릅쓰고 또 다시 방중길에 오른 것이니,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가 하는 점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물론 이제까지 이루어진 김정일의 방중이 중국의 개혁-개방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사회주의 동맹국으로서 친선과 유대를 다지기 위한데 치우쳤다면 아마도 이번의 경우에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자 세습을 위한 선대(先代)의 발자취를 새롭게 확인함으로써 혁명전통을 나름대로 현재화 시키려는 함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1일 3식이라는 너무나 보편적이고도 기본적인 인민들의 생존권조차도 제대로 보장해 주지 못할 만큼 열악해 진 경제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타개할 묘책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김정일 위원장의 “샹하이에서의 천지개벽” 발언처럼 그 파급효과가 크고 북한정권 생존의 기본 틀인 체제유지를 위한 모기장론의 폐기없이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유인을 찾으려는 것이 김정일 위원장의 고려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시장경제 원리가 광범위하게 통용되어 자본주의국가와 진배없는 대도시인 베이징과 샹하이 보다는 그 정도가 매우 약하고 제한적인 지방도시를 찾아가 그것도 북한과 인접한 거리에 있는 지역을 통해 필요한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묘책을 찾고자 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몇 일전 라진항에서 컨테이너를 가득 채운 중국 국적선이 출항한 것은 앞으로의 북-중무역이 이 지역을 중심거점으로 하여 이루어질 것임을 시사케 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고육지책만으로 북한경제가 환골탈태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만큼 북한경제는 ‘백화점식 질병’에 만연되어 어느 한 곳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경제가 제 몸도 제대로 다루지 못할 만큼 악화된 중병에서 쾌유되기 위해서는 외과적인 대수술도 필요할 것이며, 수술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각종 약재와 영양보충제도 필요할 것이다. 그 병원비도 직접적인 부담이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환자가 완쾌될 때까지 그들 가족을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 답을, 대책을 과연 중국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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