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바로알기 62.북한의 음악 세계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1/04/18 [15:51]

북한바로알기 62.북한의 음악 세계

통일신문 | 입력 : 2011/04/18 [15:51]

즐겨야 할 것도 자기들이 결정해서 보급

 

황인표(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음악을 중시하고 좋아한다는 점 같아

모든 직장·농장·학교 등 현장에서

노동이나 학습 의욕 고취하기 위해

예술선전대나 예술소조를 구성

선군음악정치가 상황을 대변해 줘

 

우리의 노래방 문화는 세계에 유래를 찾기 힘든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웬만한 상가에 노래방 한두 개 정도는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래 사랑은 유별나지만, 새로 상륙한 노래방은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 모두 국민가수인 것이다.

북한에도 노래방(화면반주실이라고 함)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도 노래를 좋아하고 많은 행사에서 노래나 무용이 빠지지 않는다. 김정일은 이러한 성향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2000년대를 전후한 ‘선군음악정치’가 그러한 상황을 웅변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김정일이 선군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북한을 독려하던 중, 다른 한편으로 2000년 즈음에 강조하고 있던 음악정치를 결합한 용어라고 하겠다. 통치 방식의 하나로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당시의 음악을 ‘선군혁명 음악’이라고 하는데, ‘승리의 길’이나 ‘선군시대 인민의 노래’가 대표적인 곡이다. 북한이 음악을 여러 가지 이유에서 상당히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북한은 음악이 대중 교양의 훌륭한 수단이라고 하고 있다. 그래서 예술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선전일꾼’의 중추로 보고 그들을 독려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김일성이 1946년 “음악은 민족적 특성을 살리면서도 혁명이 요구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면서 음악인들이 앞장서서 새로운 조선 건설에 적극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지속적으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북한의 음악이 순수 예술 영역으로 존중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치 도구로 간주되거나 목적주의적 문예관에 입각해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리듬이나 악기보다는 가사에 비중을 두고 있다. 주제도 선명하고 전형적인 박자와 멜로디를 사용하여 따라 부르기 쉽게 되어 있다.

북한에서는 전문 교육기관을 통해 양성된 예술 전문가 집단만이 아니라 모든 직장 단위, 농장 단위, 학교 단위 등 현장에서 노동 의욕이나 학습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서 예술 선전대나 예술 소조(음악반 클럽 활동)를 구성하고 있다. 마치 과거 농번기에 우리나라의 농악대가 흥을 돋구어주고 다니던 모습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예술선전대 외에도 ‘기동예술선전대’라는 것이 있다. 기동예술선전대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활동하는 예술선동집단으로서 간단한 악기들을 사용하여 기동성 있게 선동성이 강한 예술선동공연을 진행한다. 일종의 예술 선전 ‘5분 대기조’인 셈이다.

전국적 또는 국제적 행사도 시행되고 있다. 김정일 체제의 안정성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체제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1982년부터 각국 예술단을 초청하여 매년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개최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그 활성도가 낮아지자 일종의 심기일전의 방법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3월 18일자 노동 신문에 의하면, 태양절 기념 전국예술축전을 새로이 기획하고 ‘전국전문가예술축전’, ‘전국예술선전대축전’, ‘전국기동예술선동대축전’, ‘전국근로자예술축전’등 4개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종합판 행사인 것이다.

음악도 문학예술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그들의 소위 ‘주체문예이론’의 원칙을 적용받는다. 주체문예이론이란 주체사상이 문학예술영역에 침투된 것으로 특히 음악에 대한 것은 김정일의 ‘음악예술론’에 집약되어 있다. 여기서 제시된 원칙과 기본 방향에 따라 모든 정책이 이루어진다. 음악도 규격화된 모습을 띠게 된 배경이다.

원칙적으로 북한은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구분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대중가수라는 것이 없고, 성악가와의 구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성악가가 모든 종류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전통 음악도 판소리와 같은 것은 배척되고 있다. 김일성이 판소리의 탁한 음을 ‘소리’라고 비판한 결과다. 그러나 민요나 노동요는 중요시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노동 의욕을 고취하거나 사상 무기의 일환으로 음악이 기능하기 때문에 비정치적이면서 생활 가요풍의 노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으나, 1990년 이후 최근에는 그러한 경향이 변화되고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휘파람’이라는 노래나 ‘반갑습니다’와 같은 노래가 그러한 종류의 일부이다. 이 외에도 ‘도시처녀 시집와요’, ‘여성은 꽃이라네’와 같은 노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소속되어 있는 ‘보천보전자악단’이나 ‘왕재산경음악단’ 등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래도 상당히 유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노란 셔츠 입은 사나이’, ‘독도는 우리 땅’, ‘돌아와요 부산항’, ‘허공’, ‘아침이슬’ 등이 인기 있는 곡이며, 최근 인기곡들도 상당히 많이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도 ‘한류’ 열풍은 목하 진행 중이다.

북한도 음악을 중요시하고 좋아한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스스로 선택해서 즐기느냐, 아니면 주어진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체제이냐에 있다.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생각해야 할 것, 알아야 할 것, 심지어 즐겨야 할 것도 자기들이 결정해서 보급한다. 계몽 전제 군주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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