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바로알기 64. 북한의 영화 세계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1/06/07 [12:48]

북한바로알기 64. 북한의 영화 세계

통일신문 | 입력 : 2011/06/07 [12:48]

애니메이션 ‘뽀로로’ 북한과 합작으로 탄생

 

황인표│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북한 영화는 예술성보다 현실과 밀접

90년대 이후 영화도 다변화…애정 및

결혼, 직업, 세대 간 갈등 문제 다뤄

80년 광주민주화운동 소재로 한

‘님을 위한 교향시’ 90년대에 제작

 

 

최근 언론에서 ‘뽀롱뽀롱 뽀로로’라는 어린이 만화 영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자체에서 생산된, 어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라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도 끌고 있다.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대통령에 버금간다 해서 ‘뽀통령’이라고 하고, 아이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라 하여 ‘뽀느님’이라고도 한다. 11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며, 브랜드 가치가 3893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의 미키마우스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조만간 생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뽀로로’ 애니메이션(만화 영화)이 북한과의 합작으로 탄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2003년 11월 한국교육방송에서 첫 방송을 타게 된 뽀로로의 제작에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참여했다. 북한 만화 영화가 우리나라에 얼굴을 알리게 된 것은 생각보다 많다. 이 보다 앞서 남북 문화 교류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었던 1999년 춘천 국제 애니타운페스티벌에서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영리한 너구리’ 등을 방영한 적이 있고, 2001년에는 하나로 텔레콤과 합작으로 ‘게으른 고양이 딩가’가 제작되어 2001년 대한민국 영상만화대상에서 캐릭터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북한의 만화 영화 수준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정치사상 교양의 수단으로 만화 영화를 개발·제작해 왔다고 한다. 80년대까지는 ‘소년장수’와 같이 주로 체제 우월성이나 자신감 등을 주제로 하는 작품을 제작 방영해 왔으나, 김정일 정권 출범 이후에는 사회의식 변화와 함께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과학의 생활화를 다룬 ‘영리한 너구리’나 물건 아끼기를 다룬 ‘꿀꿀이가 만든 연’, 그리고 교통질서를 다룬 ‘마지막 한 번’과 같은 만화 영화를 예로 들 수 있다.

현재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85년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부터 제작을 수주하거나 합작해 왔고 남북 간에도 여러 차례 교류했다.

북한에서는 만화 영화뿐만 아니라 일반 영화 분야도 다른 어느 예술 장르보다도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서 1년간 중요 기록들을 모아 발행하는 것이 『조선중앙년감』인데, 이와는 별도로 영화에 대해서 『영화년감』을 발간하고 있을 정도다. 이는 북한 최고 권력자의 개인적 취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좋은 영화 제작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신상옥·최은희 부부 납치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모스크바 영화제 수상작 ‘소금’은 그 결과물이다.

북한에서 영화도 문학예술 영역의 하나로 소위 ‘주체문예이론’에 기초하여 창작과 상영이 이뤄지고 있다. 주체문예이론은 혁명적 문학예술 전통의 옹호·고수와 그것의 계승 발전을 기조로, 사회적 사실주의를 계승 발전시킨 유일하게 정당한 창작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주체사실주의’와 창작의 주체가 전문 종사자이기보다는 군중 또는 집단이라는 ‘군중예술론’을 포함하고 있다.

북한의 영화예술의 독특한 이론으로 ‘종자론’이라는 것이 있다. 종자론은 예술 창작에 관한 주체문예이론의 실천 강령으로 1973년 김정일이 발표한 ‘영화예술론’에서 공식화되어 모든 문예이론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그들의 『문학예술사전』에 따르면, “종자는 작품의 핵으로서 그 작품의 가치를 규정하는 근본 문제로 되며 창작가는 종자를 똑바로 잡아야 자기의 사상, 미학적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고 작품의 철학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종자는 작품의 사상, 주제 및 소재와 구별되는데, 이것들은 종자로부터 나오고 종자에 의해 규제되기 때문이다. 즉 종자는 생활에 체현되어 있는 사상적인 것을 의미하며, 작가의 주관성에서 벗어나 대상에 체화되어 있는 객관적인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영화는 예술성에 무게를 두기보다 현실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발전되었기 때문에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변화되었다. 1960년대는 천리마 시대를 강조하는 방대한 시리즈물이 주로 제작되었으나, 차츰 그 규모를 줄이면서 부정부패 문제와 같은 시사성 있는 영화가 제작됐다. 그러다 90년대에는 이른바 ‘수령형상창조’에 부합하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으며, ‘민족과 운명’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민족과 운명’은 김정일이 직접 종자를 잡고 제작을 지도한 마지막 영화라고도 한다.

최근에는 ‘선군혁명문학예술론’에 따른 선군정치를 형상화한 ‘여병사의 수기’나 ‘젊은 여단장’과 같은 군사 관련 영화가 많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북한 영화도 만화 영화처럼 다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애정 및 결혼 문제, 직업 문제, 세대 간 갈등 문제 등이 다뤄지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님을 위한 교향시’도 90년대 이후 제작된 것이다.

북한에서 여러 형태의 영화들이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인기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신상옥·최은희씨가 만든 ‘사랑 사랑 내사랑’이나 외국 영화 등이다. 2009년 초, 1000여 석 규모인 평양 대동문영화관의 외국 영화 상영에 수많은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 표를 사고 보안원과 규찰대들의 단속이 이어지는 풍경은 마치 우리나라의 유명 가수 공연 광풍과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의 한류 열풍에 따라 ‘조폭마누라’, ‘가을동화’등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주로 정치사상적인 색체보다는 자유주의적 생활상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영화를 아무리 정치 교양의 수단으로 삼으려 해도, 영화는 역시 머리를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두드려야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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