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흐르는 강 - 새로운 출발

엄 정 | 기사입력 2002/12/02 [17:46]

꿈이 흐르는 강 - 새로운 출발

엄 정 | 입력 : 2002/12/02 [17:46]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어떻게 제 사건을 아시는지... 문건을 통해서 알았겠지만."
"아니오. 동무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인데 난 사회로 나가지 않고 연구원으로 올라갔소. 동무가 현 아무개 동무랑 사고를 일으키고 처벌 받는 모습을 옆에서 봤지."
"면목 없습니다. 그때 제 생각이 참 모자랐습니다. 육체적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고 또 6개월의 교도대 훈련은 정말 짧은 기간인데..."
"어렸으니까. 그때는 반년이면 뭐 큰일을 해 낼 수 있다고 믿을 수도 있는 나이니까. 자 과장 동지 오늘 저녁은 개장국이나 한 그릇 합시다. 술도 한잔 곁들여서."
장철룡이 과장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더니 퇴근 후에 끌고 간 곳은 개장국집이었다.
"개장국집은 처음 옵니다."
"나도 자주 오지는 못합니다. 일년에 서너번이지요."
수찬은 집안을 두리번거렸다. 그가 대학에 다닐 떼에 드나들었던 인민식당과는 차이를 보이는 것 같았다. 그 때도 개장국을 먹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역마다 한 두 개 있는 인민식당의 차림표에는 개장국이 있었다. 하지만 개장국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없었다.
"야 이거 개장국도 전문점이 가능하군요. 저는 랭면과 맥주만 전문점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우선 먹고 보기오."
초급당비서 장철룡은 접대원을 불러서 이것저것 주문했다. 이것도 수찬으로서는 생소한 풍경이었다. 다른 식당에서는 접수대에서 양권과 돈을 주고 식권을 산 다음 자리에 앉으면 접대원이 식권을 가져가면서 식사를 날라다 준다. 그런데 여기서는 앉아서 주문하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한가지 음식에 양념 종류를 골라 선택을 한다.
장철룡은 수찬의 어리둥절함을 알아차리고는 화제를 이끌기 시작했다.
"동무는 많은 경험을 했을 테니 그 얘기나 좀 들어 봅시다."
"사실 얘기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이곳만 봐도 내가 현장에 있는 사이에 많이 변한 것 같아서 앞으로 무슨 정리를 할 것인지 갈피가 혼란됩니다."
"동무 현장에서 장가를 간 모양인데. 어떻소? 시골 처녀와 결혼하던 이야기나 해 보오. 뭐 곧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터이니 외모 이야기는 말고..."
"하기는 처음에 갈등도 많았습니다." 수찬은 이야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잠시 갈등했다. 잘못하면 아내를 욕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을 것이오. 우선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았을 테니까." 장철룡이 옆에서 거든다.
평양주 한잔씩 입에 털어 넣고는 개고기 무침 한 점을 씹었다. 금방 고기가 녹아 목으로 넘어 갔다. 배가 비었던 차라 술이 타고 내린 식도가 아르르 해 왔다.
"어떻게 만났소? 학교 선생이었소?"
말수가 적은 과장이 이야기에 쏘시개 불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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