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2/08/16 [13:58]

특별좌담

통일신문 | 입력 : 2002/08/16 [13:58]
특별좌담
서해교전 이후, 한반도 풍향 심층진단
北, 상호주의에 입각한 지속적인 개방의지 보여야

편집자 주
서해교전에 대해 북한이 발빠르게 '유감'을 표명하고 대외 유화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렇듯 북한이 적극적으로 변화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부담을 덜어버
림으로써 국제적인 고립과 대북강경대응 가능성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내부 경제
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외부로부터의 실익확보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대남면에서도 대
북강경여론 약화와 통일운동 활성화를 촉진시켜 보려는 의도 등 다목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물가를 현실화하는 개혁·개방과 대외 화해제스처도 함께 보이고 있다. 이 시점
에서 진정한 북한의 모습은 무엇이며,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북한문제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서해교전의 의도
손-정치적측면, 도발이유 없어
동-경제적측면, 북에게도 무익
조-사회적측면, 내부단속 추론

◇정부의 적절한 대응
조-경제력우위 무기로 삼아야
동-국민안전이 최우선임을 강조
이-문제지역을 공동수역으로

◇최근 북한경제의 변화 전망
손-기생노동력 감소로 생산성 향상
동-배급제폐지보다 가격현실화가 핵심
조-만성적인 공급부족문제 해소 기대

◇북한 변화속도는
손-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조-환경부족으로 급격한 변화 없을 것
동-북한정책, 사회반응따라 수정될 듯

참가자
사회 이서행(정신문화연구원 교수)
토론자 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조영기(미래통일연구원 연구원)
손기웅(통일미래연구원 기획조정실장)
서해교전의 의의
△이서행 교수=이번 서해교전을 볼 때, 99년에 북측이 당했다는 관점에서 북의 보복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복합적인 측면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이는데.
△손기웅 실장=정치적 측면에서의 도발이유는 없다. 항간에는 이번 서해교전이 사전에 계획
된 도발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북한으로서는 전혀 이득이 없는 행동이다.
남북대표단 지위를 격상시켰으며, 미국과도 접촉하고 있었는 상황에서 계획적으로 도발을
감행했을리 없다.
최근 북한은 대외이미지 제고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완벽하게 의도
된 것은 아닌 듯하다.
이번 도발이 북의 최고위층까지 연계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이를 입증하는데는 상당한 무리수가 따른다.
이번 사건은 군 내부의 과잉충성으로 인한 우발적 사고가 아닌가 추정된다.
이번에 우리 함정을 격추시킨 북의 함정은 99년당시 우리 해군에 의해 반파됐던 함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사건이 99년 서해교전을 보복하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담긴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서행=월드컵이 마무리돼 가는 시점에서 도발이 발생한 것은 북주민들의 단속을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번 교전을 경제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동용승 연구원=북한은 현재 외부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며, 그러한 정책을 견지해
나가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건데 이번 서해교전은 교전자체가 의도와는 상관없이 우발
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보인다.
북이 외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군사행동을 취할 이유가 없다.
또한, 북한이 예전과는 달리 사건 발생후 발빠르게 '유감'을 표명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진의여부를 논의할 시점은 지났다.
△조영기 연구원=사회적 관점으로 본다면, 이번 서해교전은 북한의 내부단속의 일환일 수
있다.
북한 내부에서도 탈북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 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탈북자 문
제는 제도와 체제붕괴의 단초라는 것을 북 고위층에서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도됐건 아니건, 주민통제의 일환으로 보인다. 또한, 북 주민들의 해로를 통한 탈북의 가능
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 군부에서 해상 자위권의 위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
다. 즉, 해상을 통한 탈출을 미연에 방지해 보겠다는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손기웅=교전의 행태로 봐서 북에서도 확전을 원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사건을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이라면 재발의 가능성은 높다. 우리는 북의 의도를 명확
히 파악하고 분석해야 북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
△동용승=이번에 우리측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후로는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아야 하
며, 앞으로 북과의 교류를 통해 발생해선 안되는 사건이라는 점을 남북이 공통으로 인식해
야할 부분이다. 진의 파악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북측에도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
면, 모두에게 피해만 있을 뿐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인식시켜야 하며, 행동으로 보여야 한
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상호주의를 염두해 두어야 한다. 무조건 퍼주는 식의 교류는 의미가
없다.
향후 서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진의와 상관없이 재발방지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손기웅=사실 국민들의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으나, 이번 교전 등으
로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서 고무적인 부분도 있지만,
국민들은 가시적인 효과를 원한다. 최소한 위협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
정부의 철저한 자기심판이 있어야 하다.
정부의 적절한 대응
△이서행=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재발방지 대책은 어떤 것
들이 있을까.
△조영기=남북간의 약속이행 보장장치가 필요하다. 남쪽은 경제력에서 우위에 있고, 북쪽은
정치력과 군사력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가 우위에 있는 경제력을 무
기로 삼아야 한다. 북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북한에 불이익이 간다는 것을 피
부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후에 개최되는 회담들에서 이를 강력한 무기로 사용해야 한다.
즉, 이러한 문제가 재발한다면, 남과 북 서로에게 손해라는 인식을 함께 해야 한다.
북한이 빠르게 유감표명을 한 것은 식량사정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회담에서 이
를 이용해야 한다.
△동용승=정부에서는 남북문제가 우선인지, 국민들의 안전보장이 우선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국민들은 이점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으며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상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안전보장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장관급회담과 향후 남북접촉에서 이러한 의지를 강력히 전달해야 하며, 국민들의 안전에 위
협을 가할시는 어떠한 지원도 없다는 것을 강력히 전달해야 한다.
북의 경제정책 변화
△이서행=국내 언론들에 의해 북한의 배급제 폐지와 가격현실화, 임금인상등에 관한 기사들
이 전격적으로 보도됐는데.
△동용승=개인적으로는 배급제 폐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격을 현실화했다는데 핵심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가격현실화는 생산성을 제고하고 소비생활을 유도한다는 의미다.
가격을 현실화한다는 얘기는 원가를 감안해 가격을 결정하고, 이에따라 주민들의 월급을 인
상시키는 것이다. 아직까지 공급에 문제가 있는 곳에는 배급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가격 결
정도 아직 어느정도는 국가가 관여한다.
이러한 가격현실화는 북한의 경제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로 보인다. 북이 시장경제체제로 나
가느냐의 문제는 중요치 않다.
△조영기=가격현실화는 북한의 만성적 공급부족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열쇠다. 최근 2∼3년
간 북한은 적자를 보고 있다. 따라서 북정부에서도 이중가격을 유지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려
워 졌음을 감지한 것이다.
국내언론들이 너무 앞서가는 듯한 인상이다. 금방이라도 북한이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될 것
같이 보도되고 있다.
△손기웅=월급제 도입과 인센티브 도입은 노동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서 기생노동력을 줄이
고 이를 곧바로 생산성향상으로 이끌어 나가자는 의지로 보인다. 주민들이 직접 돈을 주고
물건을 사야하기 때문에 지하에 숨겨진 화폐를 양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를 계기
로 고액의 신화폐개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현실화는 북한이 정치논리에서 경제논리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이다. 그러나, 북의 이러한 변화들을 보고 금방이라도 시장경제로 갈 것으로 낙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북의 본의는 공공부문을 정상화하자는데 있다.

북의 변화속도
△이서행=북이 특사를 파견하는 등 여러가지 화해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북한의
변화속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조영기=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급격한 변화로 나
가기에는 사회적· 역사적 환경이 역부족이다.
체제유지와 변화 사이에서 널뛰기를 하면서 점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서행=새로운 제도도입으로 북주민들이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조영기=일부 언론에서 마치 북한이 전면적으로 배급제가 실시된 듯 뉘앙스를 흘렸지만,
이는 너무 앞서나간 보도다. '조선신보'를 참고해보면 대부분 배급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
별지역에서만 실험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용승=북의 변화 자체는 단층적이다. 점진적으로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아니라 몇가지
단계를 뛰어 넘어버린 모습이다.
운영방식은 근본적으로 매스를 가한 것으로 보이나, 정책은 사회반응에 따라 수정될 것이다.
북한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단지 그 변화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냐 아니
냐의 문제다.
△손기웅=우리의 잣대로 본다면 북한의 변화속도는 늦다. 그러나, 북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화임에 틀림없다.
이제 막 씨앗이 뿌려졌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비난이 아니라, 북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면
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야 한다.
△이서행=이제는 북한측이 남쪽에서 북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주민들에게 알려져
도 체제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자신하고 있다. 질적 변화로 본다.
향후 대북지원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할 것으로 보는가.
△조영기=북의 변화가 우리의 지원에 의한 것이냐,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변화인가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지켜봐야 한다. 지원에 의한 변화라면 엄청난 변화가 이루어 질 것이고, 북한
이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면 우리의 지원은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북을 지원하더라도 차별성에 입각한 지원이 시행되야 한다. 또 무상지원시 투명성을 제고해
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술적으로 상호주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교류가 지속되면 상호 의존성이 증대되고 분쟁이 발생하면 상호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
는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교류는 지속돼야 하며 정부는 원칙을 정해야 한다.
△동용승=어떠한 형태로든 북한이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식량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쌀지원은 당연히 계속돼야 한다.
북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주면 지원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지원을 않는다는 발상은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손기웅=쌀은 지원돼야 한다. 주민들에게 40%만 지급된다 하더라도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쌀지원은 정부차원에서 해야 한다. 남는 쌀을 사료화 운운하는 것은 실소를 자아내
게 하는 말이다.
△이서행=정부는 북지원시 인도적 측면과 장기저리 상환문제 등의 마스터플랜을 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산가족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면회소 설치, 서신 왕래 등이
담보돼야 한다.
북한도 사회개방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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