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변화는 준비된 것이죠"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2/08/28 [15:39]

"북한의 변화는 준비된 것이죠"

통일신문 | 입력 : 2002/08/28 [15:39]
"북한의 변화는 준비된 것이죠"

<김정일>의 저자 이찬행 씨


최근 소장학자들이 김일성과 김정일 등 북한 최고지도자를 수년간 연구한 결과를 잇달아 책으로 출간해 주목된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6·15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으로 대두된 '북한바로보기'를 더욱 확산시켜,남북의 올바른 이해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김정일>을 쓴 이찬행 민족통일연구소 연구위원(39)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김정일 위원장을 특별히 연구하게 된 동기는?
최고 지도자로부터 시작해서 최고 지도자로 끝나는 북한 사회에서 최고 지도자에 대한 연구는 북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열쇠이다. 김정일을 모르고서는 북한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수한 김정일 연구서와 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소위 '김정일 신드롬'에서, 보듯, 김정일 총비서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아직 일천하다 못해 무지몽매하기 그지없는 형편이다. 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객관적이고 통일지향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색안경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김정일을 보고 싶었다.

-김정일 위원장을 '성공한 정치가'로 평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에서 보듯, 김일성 주석 이후 최근까지 북한은 수령 영생 정치를 통해 그 어떤 사람이 최고 지도자가 되든 수령의 혁명 위업을 더욱 안정적으로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모색해 왔다는 것이며, 이것이 유훈 정치와 결합된 수령 체계의 확대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90년대 이후 북한의 체제를 변화시키려 노력해왔다. 그 결과가 현재의 경제개방 내지 개혁이다. 아직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안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
-현재 북한은 개방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김정일과 김일성의 리더십은 어떻게 다른가?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리더십의 가장 큰 차이점은두 사람의 행동양태라고 할 수 있다.우선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과 집권과정에서 동지적 연대로 맺어진 인간관계를 인력관리의 근본으로 삼았다. 따라서 평소는 포용력을 바탕으로 하되 권력투쟁 과정에서는 '피의 숙청'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었다. 반면 정상적인 공교육과 혁명2세대로 자란 김정일은 다져진 권력기반 위에서 실리추구 가치관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불변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변화의 기준을 어디다 두고 볼 것인가가 문제다. 역사적으로 설명하면 역사는 진보도 있고 퇴보도 있다. 그러나 항상 변화는 하고 있다. 퇴보도 변화이고…. 그 변화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게 문제인데, 북한은 자신들이 목적으로 설정한 부분들을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1945년 해방과 분단 이후 남쪽이 꾸준히 변화해 왔듯이 북쪽도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북한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에서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그런데 우리가 바라보는 변화는 그게 아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북한의 변화는 개혁개방이고 자본주의 침투를 얘기하는 거다. 우리는 자본주의이고 자유민주주의인데 우리의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도 변화해 왔다. 사회민주주의도 받아들였고 사회주의의 일정 부분도 받아들였다. 국가예산이라는 부분에서도 제로섬베이스라는 개념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사회주의적 용어다. 그것도 다 받아들인 것이다. 북한 사회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북한은 사회주의라고 하더라도 사회민주주의나 수정주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자기식으로 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이 화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 시기를 언제쯤으로 볼수 있겠는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미리 예측을 해 본다면 김정일 위원장이 먼저 오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 중간단계로 홍성남 내각 총리가 오던지 아니면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먼저 오고 난 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위원장이 왜 안오냐고 논의할 필요가 없다. 여건이 안되니까 오지 않는 거다. 여건이 마련되면 답방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오게 마련이다.
즉, 제1차 정상회담이 국제적인 여건과 남북관계 여건이 가능하여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것처럼 조건이 충족될 때 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시기의 문제가 아니다.

-이 위원님의 저서가 앞으로 북한연구가들에게는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저는 북한사회를 이해한 다음 '이해'와 '평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초기 연구단계부터 이해와 평가를 선행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얘기를 해서 안되겠지만 대부분의 북한 연구자들이 주체사상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고 또한 북한의 정치체제도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고 비판부터 먼저 하는 경향이 많다. 당과 대중간의 결합, 수령과 대중간의 결합문제만 놓고 봐도 대중을 피동적 주체로만 본다. 물론 현실이 그렇다면 그 부분과 관련해서 비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론적 수준에서는 어떻게 되어 있느냐, 과연 그 작동원리로 되느냐, 안되어 있으면 이래서 안된다라고 비판해야 하는데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북한의 사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이런 관점에서 대처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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