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 좌담 (2) /남북교류편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3/01/21 [19:50]

새해특집 좌담 (2) /남북교류편

통일신문 | 입력 : 2003/01/21 [19:50]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은 대북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경제적 고립은 경제난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대통령이 바뀌면서 경제분야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통일을 향한 발걸음이 옮겨질 것인지, 학계 전문가들을 통한 긴급 지상좌담회를 갖는다. 이번 좌담에는 고려대 김동규 교수, 이서행 본사 주필, 동국대 이철기 교수, 민주당 김성호 국회의원 등이 참여했다. <편집자>


▷ 새로 출범하게될 정부는 남북경협정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이는지요.

김동규 교수=국민의 정부와 같은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을 추구할 듯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원칙없는 일방적인 지원은 안된다고 본다. 그리고 대통령의 자의에 의한 대북정책 결정은 더 많은 정치적 혼란과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이서행 교수=새정부는 햇볕정책의 큰틀을 유지하면서 남북경제의 상호의존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경협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북한의 경제개혁과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에 도움을 줄 것이다.
현 정부에서 시작한 경의선 복원과 개성공단 건설, 금강산 육로 관광 등 남북경협의 뚜렷한 성과가 새 정부 초기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대북 지원규모는 국민정서와 남한 경제의 능력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남북경협은 정부와 민간의 합리적인 역할 분담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철기 교수=남북경협도 새로운 도약의 단계를 맞아야 한다. 남북경협이 지금처럼 단순히 위탁가공무역의 수준을 넘어서,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선 개성공단을 조기에 완성하고 남북간에 대규모 경제교류협력 사업들이 이어져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지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남북경협을 보는 우리사회내의 시작부터 변해야 한다.
남북경협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사업이 아니라, 남북에 모두 이익이 되는 호혜적인 사업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경제침체 속에서 우리경제가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길은 납북간에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할성화하는 길이다.

김성호 의원=남북경제협력을 위한 경의선 및 동해선의 철도·도로가 연결되어 사회인프라가 구축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철도·도로 연결은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특구를 가능하게 하여 남북경협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남북경협이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북한 핵문제로 남북한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불안할 때에도 남북경협이 정치적 격량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새로운 정권에서는 무엇보다 이러한 남북경협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화에 힘쓸 것으로 기대된다.


▷ 북한핵문제로 인해 북한의 경제난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대북지원은 지속되어야 하는지요?

김동규 교수=북한의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몰릴수록 남한정부는 북한정권의 지도부에 대하여 개혁개방만이 유일한 선택임을 강조해야 하고 가능한 현금지원은 중단하고 일반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중심으로 지원하면서 대화의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주면서도 북한의 눈치만 보는 김대중대통령식의 햇볕정책은 북한으로 하여금 버릇만 나쁘게 만드는 결과이므로 새정부는 버려야 할 것이다.

이서행 교수=포용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되 김대중 정부가 실패한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새 정부는 임기내 남북관계를 어떤 단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지 말고 대북정책의 방향만 제시한 뒤 일관성 있게 추진해서 현 남북관계를 우리가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가 상충할 때는 경제적 안보적 측면을 고려해 한미관계를 우선해야 한다. 또 북한이 남한과의 합의를 함부로 파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남북교류에서 정경분리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대북정책의 내용과 기대효과를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설득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중요한 사안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철기 교수=햇볕정책으로 표현되는 대북화해협력정책은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남북문제를 풀어가는데 최선의 접근방법임이 입증되었다.
북한핵파문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가 크게 동요하지 않고 긴장감이 고조되지 않고 있는 것은 햇볕정책의 덕이다. 역사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현 정부의 대북화해협력정책을 새 정부에서도 계속 이어가야 한다. 대북지원 역시 통일을 위한 투지로 생각해야 한다.

김성호 의원=대북지원은 통일에 대한 투자이다. 냉전을 해체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작업임과 동시에, 어려움에 처한 우리 민족을 돕는 인도적 차원의 임무이다.
햇볕정책을 통한 일관성 있는 대북지원정책이 남북한에 신뢰를 쌓았으며, 이로 인해 남북관계는 통일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이러한 대북지원정책은 지속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북핵문제로 인해 대북지원 중단을 거론하기도 하는데, 대북지원을 하고 있는 국제적십자연맹(IFRC)의 데니스 맥클린 대변인에 따르면 대북 중유공급이 중단으로 급성호흡기 질병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처럼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 대해 의약품과 식량 등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은 같은 민족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금이 햇볕정책의 진가를 발휘할 때이다.


▷ 북한이 외화 결제수단을 달러에서 유로화로 갑자기 변경하였는데, 그 배경은 무엇이며, 우리 정부는 어떠한 대책을 세워야 할까요?

김동규 교수=일시적인 궁여지책일 뿐 지속성은 없다고 본다. 사유화된 미달러를 회수하기 위하여 실시한 방편일뿐 계속적인 외환정책이 아닐 것이어서 신경쓸 것 없다.

이서행 교수=북한이 대외결제 통화를 유로로 전환한 것과 관련, 작년말부터 대부분의 경우 북측은 유로화로 요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큰 문제는 없으며 기업측에서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북의 유로화 결재 결정은 외부요인보다 내부달러보유 파악과 흐름을 점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며 외화벌이 담당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사정메시지를 경고한 것 같다.

김성호 의원=북한이 12월부터 외화결재 수단을 미국 달러화에서 유럽연합(EU)의 유로화로 바꾼 것은 대외적으로 미국이 1950년대부터 취해온 수출입관리법, 적성교역법과 같은 대북경제 제재조치를 풀지 않아 대외 교역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과 대북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반미감정을 드러내는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이 아닌 EU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항상 상대국이 있는 무역거래에서 일방적인 유로화 전용 방침은 경제적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시된다.
특히 북한과 경제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런 북한의 유로화 방침이 남북경협 활성화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북한 핵문제는 미국의 대북경제제재를 강화시키고 있다. 이로인한 북한의 경제적 고립은 경제난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북한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김동규 교수=결국 개혁과 개방정책을 과감히 추진하는 것만이 문제해결의 유일한 방법임을 북한의 군부세력도 수용해야만 한다.
최근들어 배급체제의 완전붕괴로 생겨난 주민들의 사상적 해이감을 다시 추스르기 위하여 군부와 당 중앙에서는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 효력이 예전과는 달리 민심이 분산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김정일은 중국의 등소평과 같은 용기와 결단으로 나갈 때는 국제사회가 그를 구출해 주겠지만 군부의 보수세력의 눈치만 보면서 주절할 때는 그의 정치생명에 한계가 오게될 것이다.

이서행 교수=7일 끝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핵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의무사항 이행에 대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북한과 주고받기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위반 사항인 새 핵개발 계획 포기와 핵시설 재동결에 국한해 대화를 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투명해진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등 봉쇄 전략까지 고려하던 미국이 일단 대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급한 식량난과 에너지난 외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철기 교수=한반도문제를 푸는 열쇠는 북한의 "평화적 생존"을 인정하고 이를 남한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것이다. 북한 고립화정책은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북한은 최근 나름대로 대담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북한의 7·1 경제관리개선조치와 신의주 특별행정구 선포, 개성공단경제특구 지정,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이 같은 변화 노력을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대북경제제재조치를 해제해야 한다.
북한이 개혁개방체제로 나오고 변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성호 의원=북한 핵동결 해제 선언이후 대북경제제재가 강화되어 북한의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북한의 7·1 경제관리개선조치와 일부지역의 배급제 폐지, 신의주 특별행정구 선포, 개성공단경제특구 지정,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 등과 같은 북한의 개혁개방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북한핵개발 계획은 실제로 핵을 보유하려는 야심보다는 대북경제제재 해제 및 체제 안정보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판단된다.
북한 핵포기와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된다면 북한의 개혁·개방조치는 가속화될 수 있으며, 북한이 당면한 경제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 지난해에는 남북문화교류가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올해는 어떤 분야의 남북교류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김동규 교수=북한으로서는 문화예술과 같은 분야보다는 경제교류의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다.

이서행 교수=우선 철도연결로 남북경협단의 왕래가 증가해질 것이고, 이산가족들의 만남도 늘어날 것이며, 민간단체 특히 시민단체, 종교단체, 학술단체들의 왕래도 빈번해질 것이다.

이철기 교수=남북간의 문화교류를 비롯해 인적교류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크게 증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의 민간교류는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심화되었다.
작년의 경우 북쪽을 방문하는 남쪽 사람이 금강산 관광객을 제외하고도 1만 명이 넘었으며, 문화 학술 언론 체육 등 다양한 분야로 남북교류가 확대되고, 대규모 행사들이 남북을 오가며 개최되었다. 당국간 교류가 중단되거나 삐걱거릴 때도, 민간교류가 지속됨으로써 남북관계의 끈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남북교류가 새로운 단계를 맞기 위해서는, 남북교류의 법적인 장애요인이 되어온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국정원법' 등을 현실에 맞게 개폐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성호 의원=6·15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추진된 남북문화교류협력의 특징은 남북문화교류가 남북한의 당국간 관계와 밀접히 연관되어 진행되었다. 남북관계가 긴장관계에 놓이거나 주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사회문화분야의 교류협력은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그러나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최근의 남북문화교류는 당국간 관계로부터 영향을 적게 받으며 독자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정례화 되어가는 추세다. 이렇게 남북문화교류를 통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올해는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을 계기로 정치·군사분야에 교류협력이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경의선 및 동해선의 철도·도로 복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점차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복구되는 철도·도로의 구체적인 활용방안은 무엇입니까?

김동규 교수=육로를 통한 금강산 관광사업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다소 현금지원이 있더라도 끊임없는 상호접촉에 의하여 북한의 변화는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의선을 이용한 남북한 이산가족의 상봉은 대대적으로 이루워질 수 있으나 북한의 호응이 문제일 것이다.

이서행 교수= 대통령인수위에서 발표한 10대 국정과제 중에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동북아 경제중심국가건설'은 동해선과 경의선 개통으로 남북왕래가 자유롭게 진행되면 가시적으로 그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 남북의 철로가 연결되면 자동적으로 철의 실크로드인 시베리아 횡단철도 TCR과 TSR로 연결되어 동북아의 경제가 부록화 될정도로 발전함은 물론 북한이 발표한 신의특구, 개성특구, 금강산특구에도 활력이 붙어 민족의 공영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이철기 교수=분단과 갈등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가 뚫리어 남북간에 철도와 육로가 연결된다는 것은 남북관계에 큰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철도와 육로의 연결은 단순히 물류비용의 감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것은 남북관계가 이제 단순히 교류협력관계가 아니라, 경제공동체를 비롯해 민족공동체를 이루는 관계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의선 및 동해선 복구는 남한의 입장에서만 보아도, 경제적 측면이나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남북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이어지는 것은 동북아지역이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공동체를 지향하는 초석이 되어, 우리민족 융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김성호 의원=남북간에 철도·도로 연결은 남북경제협력의 급속한 확대를 가능케 할 것이다. 경의선 도로 연결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한 경제협력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남북경협이 실효성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는 현재의 해로를 통한 자재나 상품운반의 물류비용이 생산비용의 70%에 이르기도 하여 생산비용을 증가시키고, 신속한 왕래가 불가능하여 시장의 상황에 긴밀하게 대처하기 어렵고, 북한 남포하역시설의 노후화로 인해 하역지체가 1주일에 이르는 등 장애요인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애요인 때문에 남북한 경제협력은 여전히 임가공 형태에 머물고 있으며, 이 또한 값싼 중국 상품과 경쟁에 뒤쳐져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남북한 철도·도로 연결을 통해 물류와 자재가 신속하게 이동되고, 개성공단에서 자유롭게 남북경제협력이 추진된다면 남북경제협력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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