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벨문학상 탈북작가 작품에서 나올 것을 믿는다”

[인터뷰]망명북한작가펜센터 이길원 고문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7/05/02 [16:56]

“한국 노벨문학상 탈북작가 작품에서 나올 것을 믿는다”

[인터뷰]망명북한작가펜센터 이길원 고문

통일신문 | 입력 : 2017/05/02 [16:56]

북한에서는 국가에 공헌한 최고의 문화예술인에게 ‘인민’ ‘공훈’ 이라는 칭호를 준다. 대략 50편 이상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으면 ‘인민배우’가 될 수 있고, 30년 이상 무대에서 수십 곡의 명곡을 불러도 ‘공훈배우’인 경우가 있다. 평생토록 많은 노래와 춤을 만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인민예술인’도 쉽지 않다.

그러면 노래가사, 방송대본, 소설, 시, 수필 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들에게는 어떤 칭호가 있을까? 결론은 전혀 없으며 그냥 ‘작가’다.

지난 1980년대 초반 북한에서 ‘공훈작가’ ‘인민작가’ 서훈칭호를 만들려고 했으나 “‘작가’라는 그 이름 자체가 최고의 칭호이다”는 김정일의 교시로 무산되었다.

작가들이 썼거나 쓰는 글만큼이나 위력한 것도 흔치 않다. 글은 역사의 기록 그 자체이다. 어쩌면 북한이라는 독특한 3대 세습 독재국가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서 조작된 수령(김일성·김정일·김정은)우상화로 2천만 인민들이 수령충성 병에 세뇌되었으니 말이다.

글은 진실을 담아야 한다. 북한 김정은 독재정권의 허구성과 진실을 파헤치는 것도 역시 탈북 작가들의 시대적 사명이다.

3만 탈북민 사회에 작가들이 대략 20명 안팎으로 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지하 커피숍에서 이길원 망명북한작가펜센터 고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어디 태생인가?

1945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1970년 연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였고 월간지 ‘주부생활’에서 편집장으로 7년간 근무하였다. 이후 주식회사 ‘태평양그랜드’(특수인쇄업)를 설립하여 오늘까지 오고 있다. 당시 3명으로 설립한 ‘태평양그랜드’는 현재 40명의 직원으로 파주출판도시에 있다.

▶시인이다. 언제부터 썼나?

‘주부생활’ 편집장을 하면서 여러 편의 시를 썼다. 당시는 박정희 정권 시절이었고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한 새마을운동이 전국적 범위에서 벌어지던 때이다. 아울러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 세차게 요동치던 시기였다.

1977년에 정부의 언론탄압 등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내용의 시 ‘아직도 어둠이’를 썼는데 출판 직전에 정부(군부)검열단에 의해 발각이 되었다. 관계기관에 불려가 혹독한 문초를 받았고 이후로 펜을 놓았다.

▶다시 펜을 든 이유는?

이후 15년간 사업에만 몰두해 돈을 벌었다. 나이 쉰이 되면서 “사람이 돈만 벌면서 사는 게 아니구나. 갖고 가지도 못 할 돈 말이야”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1991년부터 다시 시를 썼다. ‘어느 아침 나무가 되어’, ‘계란껍질에 앉아서’ 등이 있다. 1991년 시문학에 등단하였고 지금까지 모두 6권의 시집을 냈다. 2009년 제41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학부문), 2008년 제24회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했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이었다.

국제펜클럽은 1921년 영국에서 설립된 범세계 작가모임이다. 문학을 증진하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며 세계적 작가공동체를 구성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세계 114개국, 144개 센터의 문학조직인데 세계 작가들의 ‘UN’이라고 보면 된다.

국제 펜은 정치적 검열을 반대하며 박해 및 투옥되거나 혹은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다가 살해된 작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한국본부는 1954년에 설립되었고 이듬해 비엔나총회에서 국제펜클럽에 가입했다. 나는 33대 이사장이었다.

▶자세히 말해준다면…

1993년에 한국 펜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2005년부터 한국펜 본부 부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을 대표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국제펜대회에 참가하였다. 2008년 남아메리카 고고한펜총회에서 2012년 한국국제펜대회 유치에 성공하였다. 2012년 경주에서 개최된 국제펜대회에서 ‘망명북한작가펜센터’가 탄생하였다.

▶펜본부와 펜센터는 어떤 차이인가?

국제펜클럽은 독재국가의 작가단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그 독재국가를 벗어난 사람들의 문인단체는 인정해준다. 그래서 그 나라국호 앞에 ‘망명’자를 붙여준다. 예를 들면 ‘망명북한작가펜센터’ ‘망명쿠바작가펜센터’ 등으로 말이다. 정상적인 나라는 국호 뒤에 ‘펜본부’를 붙인다. 한국펜본부, 일본펜본부 식으로.

▶망명북한작가펜센터 설립 공로자이다.

처음 탈북문인들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은 2005년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보면서부터이다. 탈북민 출신 정성산 감독이 만든 작품인데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는 만인을 전율케 하고도 남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어느 날, 정성산 감독을 불러 탈북민 사회에 글 쓰는 사람들이 대체 몇이나 있는가? 주로 어떤 작품들이 있는가? 등을 요해하였다. 그의 답변을 듣고 탈북 작가들과 작품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여 그에게 망명북한작가펜센터 설립 준비 작업을 의뢰했다.

▶어려움이 많이 있었겠다.

한국펜본부에서는 물론이고 국제펜클럽에서도 “전례를 봐도 특정국가 망명작가펜센터가 성공한 경우가 없다. 이길원 이사장이 왜 굳이 어려운 문제를 떠안고 저렇게 고생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마다 나는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본 기억을 되새기었다. 북한독재정권에서 벌어지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그 체험 당사자들이 글로써 세상에 알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북한작가펜센터 의미는 뭔가?

지난 2012년 9월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린 제78차 국제펜대회에서 공식 탄생한 ‘망명북한작가펜센터’는 의미가 있다. 북한을 뛰쳐나온 탈북문인들을 국제사회가 인정했다는 것이며 이는 김정은 독재정권에 치명적인 암초가 된다. 문이 무를 이기고 붓대가 총대를 이긴다는 말이 있다. 글의 위력은 대단하다.

아울러 100개 가까이 되는 수많은 탈북단체들 중에 유일하게 국제기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단체가 바로 ‘망명북한작가펜센터’이다. 보통 이런 단체가 탄생하려면 2~3년은 걸리는데 우리의 꾸준한 노력으로 1년 안에 탄생하였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하였나?

우선 ‘망명북한작가펜’(국문·영문) 잡지를 만들었다. 매해 상·하반기에 나누어 발행이 되는데 탈북 작가들의 작품이 들어있다. 그리고 국제펜대회 때마다 북한인권을 주제로 세미나, 발표회, 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제80차 키르기스스탄 국제대회에서는 북한의 인권탄압행위를 규탄하는 UN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또한 서울에서 ‘망명북한펜센터’가 초청하는 국제작가모임도 있었다.

▶또 다른 것이 있다면…

2012년에 열린 제78차 경주대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외국에서 진행하는 국제펜대회에 ‘망명북한작가펜센터’를 대표하는 탈북 작가 2명씩 참가한다. 지금까지 모두 4회 있었는데 여기에 드는 경비가 대략 500만 원 가량이다. 절반은 지인과 단체의 도움을 받아 충당하고 나머지는 내 주머니를 털어 보태기도 한다.

▶현재 망명북한작가펜센터에 가입해 있는 작가는 누구인가.

북한군 선전대작가 출신인 탈북민 이지명 씨가 2대 이사장으로 되어있다. 초대 이사장은 장해성 전 조선중앙방송기자였다. 현재 참여하는 회원이 20명 안팎인데 아쉬운 것은 림일 작가, 도명학 시인, 최진이 작가, 장진성 시인 등 그동안 탈북 작가들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의 참여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잘 모르겠지만 탈북문인들의 내부적 문제점과 갈등 같은 것이 있어 보인다.

▶올해 국제펜대회에 참석하는가?

제83차 국제펜대회는 올해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열린다. ‘망명북한작가펜센터’를 대표하는 탈북 작가도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정사정이 여의치 않아 1명으로 줄일까 하는 생각도 있다.

올해는 무엇보다 김정은 체제를 비판한 북한작가 반디의 소설집 ‘고발’을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서하는 작업을 외국문인과 단체들과의 협업하려고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무슨 일이든 무에서 시작하는 것이 관례이다.

 ▶노벨문학상 선정 기준이 뭔가.

중요한 질문이다. 흔히 사람들이 노벨문학상 선정 기준을 문학성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꼭 그렇지 않다. 세계에는 문학성 좋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자그마치 3,000여 명이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고 이를 기업화하여 거부가 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인류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유산’이 노벨상이다.

인류복지의 다른 말은 인권이다. 노벨문학상 선정기준은 문학성에도 있지만 그 작품이 세계 평화와 인권개선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첫 노벨문학상은 탈북 작가들의 작품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하루빨리 7천만 민족의 숙원인 통일이 되어 평양에서 국제펜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그때는 ‘망명북한작가펜센터’가 주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인민대학습당에서 개막식을 열고 저녁에 대동강반의 옥류관에서 만찬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참! 그때 쓰일 슬로건을 림일 작가가 미리 준비해주었으면 한다. 림 작가는 ‘망명북한작가펜센터’ 창립멤버가 아닌가?

림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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