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전쟁 중에도 하는 것…침묵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인터뷰] 강경민 통일연대운영위원장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7/06/01 [14:03]

“대화는 전쟁 중에도 하는 것…침묵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인터뷰] 강경민 통일연대운영위원장

통일신문 | 입력 : 2017/06/01 [14:03]

2017년 5월 대한민국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9년 만에 진보정당이 정권을 잡았고 과거 진보정권(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이 재현될 전망이다. ‘햇볕정책’은 지난 김대중 정권의 대북정책의 상징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4월 영국을 방문했을 때 런던대학교에서 한 연설에서 처음 사용한 ‘햇볕정책’이란 말은 겨울손님의 외투를 벗게 만드는 것은 강한 바람(강경정책)이 아닌 따뜻한 햇볕(유화정책)이란 이솝우화에서 인용한 말이다.

휴전이후 그동안 남한정권은 북한과의 이념 및 체제대결에서 다양한 강경정책을 써왔지만 평양정권을 조금도 변화시킬 수 없었다. 오랫동안 북한은 수령체제 우상화와 과도한 군비지출, 심각한 경제위기에 몰려 있었고, 김일성 주석 사망과 식량위기 등으로 최악의 경제 상황에 빠지면서도 체제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1994년 미국은 제네바협정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시킨 후 경수로원자력발전소 건설 지원 등으로 유화정책을 추구했다. 이에 맞춰 김대중 정부는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올 수 있도록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협력과 화해를 적극 추진하는 것을 대북정책으로 설정하였으며 강경정책에서 유화정책으로 바꾼 것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대북투자규모의 제한을 완전 폐지하고 투자제한 업종의 최소화를 골자로 하는 ‘경제협력 활성화조치’를 취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운영 등이 과거 진보정권에서 시작하고 실행했던 대표적인 대북사업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대북정책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중소기업인들, 대북민간단체 회원들, 고령의 실향민들 등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보기 위해 강경민(목사) 평화통일연대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어디 태생인가?

1949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출생했다. 1982년 총신대학교를, 87년 합동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안수를 받았다.

우리의 2천만 동포들이 사는 북한에서 최악의 경제상황이라 불리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 무렵인 1995년에 경기도 고양시에 ‘일산은혜교회’를 개척하여 지금까지 담임목사로 있다.

▶당시 북한의 실상을 어떻게 봤나.

여러 국제기구의 통계를 봐도 북한주민들의 아사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거두절미하고 잘못된 제도가 빚은 결과이다. 남들이 다 버린 사회주의를 아직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정치는 일당체제로 사회주의를 해도 경제는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하면 최소한 굶어죽는 인민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한사코 개방개혁을 하지 않는 북한당국의 무책임과 무능함이 낳은 비참한 오늘의 북한 현실이다.

▶과거 평양을 수차례 방문했다.

지난 1995년부터 그러니까 내가 교회를 처음 개척한 그해부터 2014년까지 19년간 모두 일곱 차례이상 북한을 방문하였다. 과거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는 대북지원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햇볕정책의 일환이다. 방북목적은 민간단체들에서 하는 대북지원물자 모니터링(조사행위)을 위해서이다.

 

1995년부터 교회를 처음 개척한 해부터

2014년까지 19년간 일곱 차례 북한방문

민간단체들에서 하는 지원물자모니터링

과거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는

햇볕정책 일환…대북지원 활발히 진행

 

▶제대로 된 모니터링을 할 수 있었나.

UN의 통계에 의하면 피원조국(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모니터링은 원래 목적의 대략 40% 정도이다. 나머지 60%는 불투명한데 이유는 피원조국이 가난하거나 혹은 부패한 나라이기에 중간절취 등으로 인한 낭비가 빈번하며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통례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가보다 하고 원조를 해야지 60%의 출처를 자세하게 밝히라면 그들 자존심을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원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방북에서 느낀 색다른 점이 있다면…

그야말로 미지의 땅이다. 북한은 추운겨울에 가보고 또 봄과 여름에 가보면 풍경이 달랐다. 하얀 눈 속에 묻힌 산야가 새싹이 트고 신록이 우거지는 봄과 여름이면 만물이 활짝 피어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만났을 때 서먹서먹하고 딱딱하지만 두세 번 만나다보면 스킨십도 자연스러울 정도로 화기애애해진다. 한마디로 북한주민들에게서 대부분 순박하다는 인상을 먼저 받는다.

▶자세히 말해 달라.

분명히 남측 사람들이 방북을 해서, 처음이든 혹은 수차례이든 북한의 최고지도자(수령)와 체제비판만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게 아무도 없다. 물론 남한사람이 북한에서 자유롭게 일반주민을 만날 수는 없다.

남한사람을 교섭하고 안내하는 북측 관계자나 가이드들이 전부 국가특수기관에 종사하는 요원들이라고 해도 우리와 별 차이 없다. 그들도 분명 우리처럼 웃고 우는 사람들이다.

▶평화통일연대는 어떤 단체인가?

용서, 이해, 평화, 사랑으로 일컫는 기독교정신을 갖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바른 정세 판단을 바탕으로 평화통일의 담론형성에 힘쓰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0년에 설립되었다.

종교계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참여하여 이념의 차이를 넘어서 평화적인 방식으로 분단을 해소하고 통일에 앞장설 수 있도록 힘쓰는 사회단체이다.

 

용서·이해·평화·사랑 기독교정신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 위한 바른 정세판단

그 바탕에서 평화통일 담론형성 힘쓰자는

취지로 2010년 설립…일반인들도 참여

이념 차이 넘어 통일 앞장서는 사회단체

 

▶그동안 해온 일을 소개해준다면…

지난 8년 동안 남북관계 현황이나 한반도 평화에 관련된 좌담회와 포럼, 성명서 발표와 통일대회 등 교육 사업에 주력해왔다.

매주 1회 평화칼럼을 발송하며 1년 단위로 칼럼집을 발간했다. 또한 회원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북한현대사, 남북관계사 등 정규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 세계각지에 거주하는 한인들과 교류하며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본 단체의 비전은 무엇인가?

통일부 등록 사단법인 단체인 평화통일연대는 기존의 활동을 바탕으로 국제시민사회와 탄탄한 공조협력 속에서 더욱 공신력 있게 활동하려 한다. 각종 행사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민족통일이라는 공적대의에 동참할 것이다. 따라서 민간차원의 통일운동 성과들이 다양한 결실을 이루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조언한다면...

과거 보수정권은 대북정책으로 개혁개방3000(북한당국이 개혁개방을 하면 주민들의 연평균소득을 3000달러 이상 올려주겠다는 내용)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자존심 강한 북한이 받아들이기 만무하고 오히려 남한에 대고 최고존엄(수령) 모독을 중단하는 변화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결국 남북이 서로가 상대방의 변화를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동시 해결하였으면 한다.

 

개성공단 재생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국제법에 맞춰 그리고 미·일·중·러 등

주변 4강국과 협력 하여 풀어 나가야

제제가 국제법 내지 미국 정책 하에

이뤄졌기 때문에 재개도 그에 맞춰야

 

▶햇볕정책 비판에 대한 반론은 뭔가? 그리고 장점은 뭐라고 보나.

과거 대북지원 쌀 퍼주기 했다고? 그 쌀이 노동당간부나 군인들에게 돌아가 결국은 북한정권만 연장해준 거라고 하는데 그래도 동포들이 굶어죽는 것보다는 낫다. 전쟁의 위험은 굶주림의 상황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북한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은 굶주림이다. 그들을 이끄는 것은 분명 노동당간부와 군인들이다.

궁극적으로 보면 평양의 노동당간부와 군인들도 분명 북한주민이다. 남한이 제공하는 대북지원 쌀이 있었기에 그만큼 많은 생명들이 아사에서 면했다고 보면 된다.

다음으로 교류와 협력이다. 남과 북이 1953년 휴전이후 40여 년간 있은 교류와 협력이 진보정권(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기간에 있은 회수 보다 훨씬 적다. 대화는 전쟁 중에도 상대방과 하는 것이다. 침묵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남한이 지불하는 돈을 북한이 군사비로 쓴다던데…

북한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에서 벌은 외화를 핵개발에 쓰였다고 하는데, 조금 맞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의 핵개발은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시작 훨씬 이전부터 진행되어왔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그렇다. 자기 체제를 지키느냐 마느냐 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외부의 돈에 의지하겠는가? 거기도 2천만 사람이 살고 있는 하나의 국가이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개성공단 폐쇄는 지난 정부가 국회동의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단행하였다. 개성공단 재생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국제법에 맞춰 그리고 미·일·중·러 등 주변 4강국과 협력 하여 풀어 나갔으면 좋겠다. 왜냐면? 이 제제가 국제법 내지는 미국의 정책에 맞춰 이뤄졌기 때문에 재개도 그에 맞춰야 한다. 그리고 이 큰 두 문제가 해결되기 전이라도 민간단체의 교류협력은 정부가 적극 승인해야 할 것이다.

▶북한주민들의 인권문제가 심각하다.

비밀이 아니고 세상이 다 아는 현실이다. 북한주민들의 심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남북이 대화와 교류가 조속히 실행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서로가 등지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아무 말 안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게 돌아간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통일의 훼방꾼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

 

7천만 민족의 번영 위해서는 통일이 목표

그러나 보다 확실한 평화만이 근본적 가치

평화의 기초 위에서 한반도가 통일이 돼야

 

▶정부의 통일정책에 문제점은 뭔가?

통일독일의 사례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과거 서독정부는 민간차원에서의 동독과의 교류를 뒤에서 적극 보조해주었다. 겉으로는 민간이 정책과 문제를 제안하고 내부적으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는 형태이다.

이런 유연한 방식을 향후 대북정책에 사용하면 우리는 북한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실리를 얻게 된다. 그 실리는 어떤 형태와 방법으로든 굶주리는 우리 동포들을 구원할 것이다.

▶목회자로서 통일문제를 어떻게 보나.

통일운동가이면서 목회자이기 때문에 나의 신앙생활과 통일운동을 별도로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시급한 민족의 과제는 바로 평화이다.

7천만 민족의 번영을 위해서는 통일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보다 먼저 확실한 평화만이 근본적인 가치라고 본다. 평화의 기초 위에서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야 한다.

림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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