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남북한 농업 살릴 터”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3/07/19 [09:23]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남북한 농업 살릴 터”

통일신문 | 입력 : 2003/07/19 [09:23]
김성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중앙대 교수 (전 농림부 장관)

-북한의 식량사정이 다소 나아졌다고 하는데, 실상은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크게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북핵 문제와 만성적인 대북 식량원조에 대한 피로감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걱정입니다.
북한 핵문제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북한의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들이 혹심한 식량난을 이기지 못해 연일 쓰러져 가고 있습니다. 유엔 국제아동기금(UNICEF)은 현재 북한 어린이 21%(80만명)가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지체부진아가 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고, 46만명의 임산부와 50여만명의 출산모의 젖(모유)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북한 190여 지역에 배급창구를 관리 운영하고 있는 WFP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북한은 비교적 기상조건이 좋아 전반적으로 평년작을 웃도는 413만톤(2,850만석)의 양곡을 생산했지만 보릿고개를 넘는데 필요한 최소한 150만톤(약 1천만석)의 부족분을 확보하지 못해 식량난이 심각합니다.

-지난해 북한의 7.1경제개선조치 이후 사회 여러분야에서 작은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는데, 농업분야는 어떤가요.-
최근 2-3년 사이 북한 농업 및 식량 정책이 여러 면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체농법에 구애되지 않고 과학적 실사구시의 입장을 취하기 시작한 겁니다. 즉, 과학적 성과가 입증될 경우 과거의 교조적 지침을 조용히 수정하는가 하면, 경직된 생산·기술 체계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예컨대, 남한 비료와 농약의 공개적인 살포행위, 옥수수 품종개량을 위한 남한기술 도입, 북한 실정과 풍토에 적합한 젖염소·양잠·양계 기술 도입, 농기계 지원요청 등이 대표적인 사례죠.

특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지난해 소형 이앙기를 상당수 기증한 바 있는데, 한국산 이앙기는 모를 심을 때 30㎝ 간격으로 이앙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동안 20㎝ 간격의 이른바 “소주밀식”을 교본으로 삼던 주체농법과는 작부방식이 크게 다릅니다. 북한 당국은 1년간 남한식으로 시험재배해 본 결과 쌀 수확량이 증가하자 남한식 모심기 방식을 확대 실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추가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북핵위기로 대북 지원을 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북한 주민들의 삶은 마치 6.25 전란 직후 남한의 참상을 방불케 합니다. 그 시절 우리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식량원조 받을 때 ‘퍼주기식’이라느니 ‘상호주의’와 같은 조건하에서 도움을 받았습니까. 같은 동포가 죽어가는데 이런 망발이 어디있습니까. 대북 식량지원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영양실조와 발육부진으로 올바른 성장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장차 통일된 나라의 주역으로 성장했을 때 우리는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북핵문제로 국제정세가 경직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남북한간 교류·협력을 더욱 강화할 때라고 봅니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북핵문제는 답이 나와 있는 거 아닙니까.-
북한은 체제 보장과 경제원조에 대한 확답을 원하고, 한·미·일·중은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핵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자회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자회담의 큰 테두리 안에서 사안에 따라 북-미 회담도 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농업에 대한 사랑만큼 환경운동에도 열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4대 갯벌 자원 보유국입니다. 캐나다에서 갯벌에 대한 연구를 했었습니다. 최근 새만금 간척사업이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되고 있지만 이보다 앞선 영산강 간척사업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장관재직 시절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영산강 4단계 간척사업의 시행계획을 전면 백지화했습니다.
간척사업 예정지로 30년 동안 개발이 억제돼 있었기 때문에 사업백지화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하지만 갯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각종 농업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갯벌과 농민을 모두 살릴 수 있었던 좋은 선례라고 생각됩니다.

-몇차례 방북을 통해 기억에 남는 일과 올해 방북 계획은-
개인적으로 ‘하나로’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첫방북(2001.5) 만찬자리에서 제가 ‘남과 북, 우리는 하나다’라는 의미에서 ‘하나로’를 외치며 건배제의를 했는데 북측 관계자들이 큰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2002년에 방북했을 때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가 발표돼 인기를 얻고 있는 걸보니 가슴이 벅차더군요.
올해 제2호 농기계수리공장 준공식을 비롯해 닭공장·젖염소 목장 등 현재 진행중인 각종 농업·축산분야 협력을 위해 9월경 방북할 예정이다.

-남북교류협력에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
가만히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과 빛나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굶주림에 지쳐있는 아이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지금 1억원이면 1만명의 어린이가 1년 동안 점심을 먹을 수 있습니다. 미래 통일조국의 주역이 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만큼 더 보람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값진 일을 두고 어떻게 ‘퍼주기식’이라며 비난할 수가 있습니까. 그런 사람들이 ‘통일’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죠. 감히 ‘통일은 꿈도 꾸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통일을 원한다면 말은 아껴두고 행동으로 보여주라고 말입니다.


장관 재직 시절 수세 폐지, 농업기반공사 출범 등 굵직한 농정 개혁을 이뤄냈던 김성훈(金成勳) 전 농림부 장관(현 중앙대 교수)은 우리민족서로돕기 공동대표로 남북한 농업협력의 새역사를 쓰고 있다. 우리농업 지키기에 누구보다 앞장서 왔기에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도 다양하다. 신운동권 교수로 합리적 진보주의자라고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실사구시 실용주의자·인도주의자’라고 말한다.

-남북 농업협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남북간 교류협력은 농업·식량 분야부터 진행되는 것이 인도주의적 지원, 민생과 탈정치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농업협력은 남한의 논농사와 북한의 밭농사가 조화를 이뤄 서로 돕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
남한이 북한 식량난을 완화할 방안으로는 ▲과잉재고미 300만석 지원 ▲종자개량사업 적극 지원 ▲일본·미국의 잉여곡물 대북지원 권유 ▲영농물자 지원과 연계한 밭작물의 계약재배 ▲친환경 유기농법 지원 ▲농업기반시설 복구투자 ▲비무장지대(DMZ)의 공동활용 ▲연해주·만주·삼강평원 농업개발 공동진출 ▲미·일·중·러·유럽연합과의 북한농업개발국제컨소시엄(가칭 KADO) 창설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특히 친환경 유기농법 지원은 남북한 농업을 모두 살리는 길입니다. 남한의 농토는 농약과 비료로 오염돼 있고, 북한은 유기물질이 없어 땅이 죽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남한 땅에 오염원이 되고 있는 축산분뇨를 산야초와 농가부산물 및 톱밥과 혼합 발효시켜 유기질 비료를 만들어 우리나라 유기농업을 돕고 잉여 퇴비를 북한에 보낸다면 환경정화, 유기농업 진작, 북한농업 진흥 등 1석3조의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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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수 연풍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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