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여정>연상 여자와의 결혼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3/08/25 [10:43]

<통일여정>연상 여자와의 결혼

통일신문 | 입력 : 2003/08/25 [10:43]
이 칠 환 대한컴퓨터기술 회장

옛날에도 양반집안 일수록 어린 아들을 나이 훨씬 위인 규수를 데려다가 며느리로 삼았으며 시집온 며느리는 어린 신랑의 시중뿐만 아니라 농촌에 바쁜 일손을 돕는 일에도 한 몫 하였다.
혼인도 전적으로 양가의 부모에 의해 맺어졌으며 혼인하는 당사자들의 의사는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20세기 개화기에 들어서면서 이와 같은 결혼 패턴은 급격히 변화되기 시작했으며 한때는 집에 조강지처를 두고도 새로 마음에 드는 처녀를 첩으로 맞는 경우마저 생겼다. 그때부터 연상여인과의 혼인은 점차 사라져갔다.
오늘날 연상여인과 결혼하는 경우는 근본적으로 그 시각을 달리한다. 여성들이 자기 전공을 살리기 위해 직업전선에서 힘껏 뛰다보면 혼기를 훨씬 넘겨 40세 가까이 까지 이르며 그때 대상되는 남자를 찾기 어려워져 연하의 남성을 택하는 경우가 생긴다.
나이어린 남자들은 누님누님하고 연상의 여인을 누나같이 어머니와 같이 섬기다가 모성애 내지 남매의 정이 사랑의 연정으로 변하여 결혼에까지 골인하는 경우가 생기며 그 결과 이웃에 풍성한 이야기꺼리를 남긴다. 남성이 누나 같은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을 전적으로 부도덕 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또 동생같이 아끼고 어여삐 여기던 총각과 여자가 재혼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위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현실이 위에 말한 두 가지 경우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에는 아직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가로 놓여 있다.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혼인 개념은 으레 처녀총각이 만나야 하고 남자의 연령이 적어도 같거나 2~3세 위를 택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통념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요즘 TV 드라마를 통해 나이 어린 남성이 재혼하려는 연상여인과 열렬히 사랑을 하는 모습을 흥미 본위로 부각시키고 있음을 자주 발견 하게 된다. 결혼문제는 적어도 우리사회에서는 아무리 부인해도 당사자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연상여인과의 문제가 가족간의 화목과 가족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너무 흥미 본위로 다루고 있는 듯 하여 시청자의 입장에서 안타까움이 남는다.
연상여인과의 결혼을 합리화시키는 이유의 하나는 남녀의 성비가 점차 커져서 결혼 적령자에 국한 된 상대 선택의 폭이 점차 좁아져 간다는 것을 들고 있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는데 연령차 정도는 문제시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TV에서는 앞 다투어 초혼이든 재혼이든 사랑만 있으면 관계없다는 식으로 쉴새 없이 이와 같은 멜로드라마를 연출시키는 듯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약된 논리에 시청자들은 이따금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통계청에 의하면 근간 우리나라 연상여인과 연하남성의 결혼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것은 이혼율의 증가 원인도 된다.
초혼의 경우 여자 연상비율은 10.7%로써 91년도 8.6%에서 2.1%나 증가했으며 여자가 1~2세 연상인 경우는 8.3%, 3~5세 연상은 2.0%, 6~9세 연상은 0.4%를 차지했다. 통계청은 이러한 자의중심적 삶의 지향은 가치관의 변화와 경제적 요인으로 보며 그 결과 이혼율은 높아지는 반면 결혼적령기의 청춘 남녀의 결혼율은 급강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연상여인과의 결혼은 앞으로 예상되는 성비 문제가 더욱 부채질하면서 결혼적령기의 결혼율을 더욱 떨어뜨릴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사회제도가 다른 북한 남녀의 결혼 연령차는 남자가 여자보다 6~7세 손위인 점은 북한의 남성들은 10년이란 긴 군대 생활이 결혼적기 연령을 더욱 벌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것은 남녀가 적기에 결혼할 수 있도록 개인의 가치관이 존중되어야하지만 이에 못 지 않게 국가도 사회정책면에서 합리적인 결혼관의 정립을 위해 꾸준한 계몽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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