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 눈만 보이는 세상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07/30 [14:54]

[모란봉] 눈만 보이는 세상

통일신문 | 입력 : 2020/07/30 [14:54]

 <박신호 방송작가>

 

세상이 눈만 보인다. 문밖만 나서면 온통 눈만 보이면서부터 시끄럽던 세상이 말수가 적어지고 말소리도 작아지면서 사위가 다 조용해졌다. 또 사람들이 가능하면 집에 들 있으려고 하니 차량 통행도 한결 줄어들었고, 도로변에 살던 사람들이 창문 활짝 열고 살게 됐다. 또 한 그동안 뜨악했던 친척들과 친구들 안부를 묻는 전화가 바빠지기도 했다. 자고로 눈에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으니 이 기회에 잃었던 마음들 한껏 주어 담았으면 좋겠다.

세상 사람들이 현관문만 나서면 예외 없이 마스크로 코와 입을 꼭꼭 가리고 다녀 어지간히 친근하지 않은 사람은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못한다. 가다가 누가 꾸벅 인사라도 하면 누군지도 모른 체 꾸벅 절을 맞받고는 누구였는지 한참 궁금해 하기 일쑤다.

고약한 코로나가 해수욕장에서도 갖가지 웃기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분 좋게 첨벙대고 물놀이 하다가 모레에만 나오면 잽싸게 마스크를 찾아 쓴다. 갑갑하고 답답한 공간에 갇혀 살다가 훌훌 벗어나 마음껏 숨 좀 쉬며 지내려 했더니 땡이다. 아이들이 불만을 터뜨린다. “어른들 나빠! 마스크는 왜 쓰게 만들었어?” 방역 때문에 그러는 줄 모를 리 없으면서도 어른이 나쁘단다. 하긴 어른이 나쁘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세상을 만든 건 어른이니 말이다.

입과 코를 가리고 다녀서 나쁜 것도 있지만 좋은 것도 있다. 우선 그렇게 시끄럽던 세상이 한결 조용해졌다는 사실이다. 버스의 경우는 좀 덜한데 지하철을 타면 듣기 싫은 고성을 들어야 할 때가 부지기수다. 사람이 많건 적건 상관없다. 여기저기서 고성을 지르듯 통화하는 사람이 으레 한둘은 있다. 짧게 통화하는 것도 아니다. 한 말을 또 하고, 그 말이 그 말인 걸 마냥 늘어놓는다. 듣다못해 어느 누가 용기를 내 좀 조용해 달라고 하면 마지못해 통화를 끝내긴 끝내는데 가자미눈으로 보기 일쑤다. 그 표정을 핸드폰으로 촬영해 전송해주고 싶다.

차를 몰고 나가면 전에 없는 모습을 보게 된다. 거리를 다니면서 통화하던 사람이 부쩍 준 것을 알 수 있다. 무슨 사단이 그렇게도 많은지 세월아 네월아 마냥 통화하며 걸어가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봤는데 요즘에는 잘 볼 수 없다. 특히 횡단도로를 건너면서도 통화에 정신이 팔려 종종 운전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더니 요즘에는 많이 없어졌다. 이 기회에 바람직한 통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이렇듯 눈만 보며 살기 처음이다. 눈이 마음의 거울이라고 했으니 마음을 이렇듯 많이 보기는 평생 처음인데, 대화술에 상대 눈을 보고 말하라고 한다. 숨김이 없는 사람들은 말할 때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밝게 눈을 뜬다.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면 열 마디 할 것도 없게 된다. 눈이 먼저 말하기 때문이다.

속담에 상대가 말할 때멍석 구멍에 생쥐 눈 뜨듯한다는 말이 있다. 얼른 알아차려야 한다는 뜻이다. 실력이 모자라는 처지에 주제넘게 그런 눈을 뜨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상대 눈을 빤히 보는 사람이 있다. 부모나 스승이 나무라는데 눈에 힘을 있는 대로 주고 빤히 노려본다. 이건 매를 주주 하는 거다. 가다간 시어머니가 미울 때가 있다. 그땐 상추쌈을 먹으라고 한다. 상추쌈을 한입에 넣으려면 아무래도 눈이 훑어보기 때문이다.

눈 감으면 코 배어 가는 세상도 아니련만 고약한 코로나 탓에 눈만 반짝이며 다니게 되니 세상인심까지 흉흉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간다고 했으니 아무리 슬픈 일을 당해 그 슬픔이 크더라도 참고 살아갈 길은 있기 마련이다.

코로나에 대해 너무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최재천 사회생물학 석좌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바이러스는 결코 인류를 전멸하지 못한다...흑사병도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이고 멈췄다. 기후변화는 다르다. 우리를 마지막 한 명까지 깡그리 죽일 수 있다코로나 19가 두렵다면 기후변화는 훨씬 더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이 정권이 집값 때문에 갈팡질팡 대다가 그린벨트는 계속 보존하겠다고 한다. 가장 잘한 일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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