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 어느 탈북자의 억울한 죽음 - 고삼곤 통일교육전문위원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4/10/25 [16:52]

<열린마당> - 어느 탈북자의 억울한 죽음 - 고삼곤 통일교육전문위원

통일신문 | 입력 : 2004/10/25 [16:52]
조국 분단 50년사에 영원히 기록될 북한 최고 권력층의 내부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출시켰던 이한영씨는 36세의 젊은 나이로 대남 간첩들의 총격에 의하여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평양에서 출생해 만경대 혁명학원을 거쳐 모스크바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이한영씨는 지난 82년 9월 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 영사관을 찾아 망명의 길을 선택했다.
그의 본명은 리남일이다. 그는 귀순 후 한국에서 영원히 살리라는 뜻으로 ‘한영’으로 개명했으며 수많은 북한 공작원들로부터 신변위협을 느껴 성형수출까지 받는 등 불안스런 삶을 영위하다가 끝내 피살당했다.
이한영은 북한 최고 영화배우이자 김정일의 전처인 성혜림 여사의 친조카이다. 김정일의 15호 관저에서 출생한 북한국방위원장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과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기도 했다.
관저에서 항상 남한 TV를 시청하면서 한국을 동경해 왔고 망명 직후 북한의 1급 비밀 등 극비자료의 내용을 우리 측에 제공했다.
북한 최고 권력층의 치부를 낱낱이 폭로했고 심지어 김정일의 사생활까지 언론기관에 발표했다.
김정일의 큰 아들 김정남이 남한 코미디언 이주일을 데려오라고 생떼를 부려 관저가 발칵 뒤집혀졌으며 결국은 이주일과 얼굴모습이 비슷한 가짜 이주일을 등장시켰던 일화까지도 폭로했다.
김정일의 호위군관 및 관사 종사원 비서는 물론 해외 공작원의 거점과 사생활 모두를 발가벗겨 놓았으니 성질 급한 최고 통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땅을 뒤집어 놓았을 것은 뻔하다.
과거 김정일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납치되었다가 탈출한 신상옥, 최은희 부부는 북한 최고위급 부정부패와 비리를 적나라하게 알리는 것은 가급적 삼갔다.
故 이한영씨가 집필한 저서를 보면 김정일국방위원장은 처 조카인 리일남(이한영의 본명)을 해외 유학까지 보내며 극진히 보살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최고 실권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기의 인격을 송두리째 깔아뭉개버린 배신자 이한영을 남한에서 혁명투쟁 명목으로 암약하고 있는 간첩들에게 납치 또는 암살 지령을 내렸을 것이다.
이한영씨의 증언으로 인하여 철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북한 수뇌부와 북한 전반에 걸쳐 있는 사회적 모순점들이 우리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성혜림씨 일가의 망명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부터 이한영씨가 괴한들로부터 추적을 받았고 결국 총격을 받아 지난 98년 2월 25일 사망했다. 결국 언론의 보도가 그를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지난 해 성혜림씨 일가의 망명 보도가 조금만 늦추어졌더라도 그들은 무사히 한국행 비행기를 탔으리라...! 그리고 이한영씨의 억울한 죽음도 없었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할 문제다.
지난번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 군 지휘계통은 완전히 무시되고 언론이 앞장서서 모든 작전 상황과 결과를 현장에서 미리 보도함으로써 군경 지휘관들이 곤욕을 치렀고 사기는 땅에 추락했었다.
북에서 보아온 로열패밀리 이한영씨는 언론에게 북한 권부의 치부와 실상, 허상과 같은 특종을 제공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변안전 보장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이 세상을 떠났다. 이것은 한국정부의 큰 실수다. 불쌍하고 갸륵한 그의 넋을 위로하고 싶다. 분단 조국 50년사에 영원히 그의 일대기가 남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민족 공동체의 통일을 위해, 그리고 진절머리나는 IMF때보다 더욱 심각한 경제난국의 찬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전 국민이 똘똘 뭉쳐야 한다.
이는 이 나라 이 민족의 장래를 위한 것이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회의원들의 각성이 절실히 요망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계파와 당리, 당략, 감투쟁탈전을 그만두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여 멸사봉공하는 자세로 맡은 바 책무수행을 하기 바란다.
조선시대 4색당파 싸움질의 재판이 벌어지는 형국이 되어서는 안된다.
청와대 고위층부터 양심에 따라 민심이 천심인 것을 가슴으로 깨닫고 굶주림과 부정부패로 쓰러져가는 북한동포를 끌어안아야 한다.
부디 통일의 열기를 통해 허탈한 국민감정을 달래주기 바란다. 지금은 과거사 규명에만 집착할 때가 아니다. 북한을 탈출하여 서울의 봄을 맞으려고 망명길에 오른 성혜림씨 일행이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 가운데 이한영씨마저 어머니를 부르며 외로운 넋이 되어버렸다. 그의 마음이 오죽 아플까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6·25 당시 부친 성유경씨를 따라 여고 1학년 시절에 서울을 떠나 월북했던 성혜랑씨 일가족이 언제쯤 한국으로 망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성혜림씨 병사 소식도 있었다.
파란만장한 삶을 북쪽과 남쪽에 함께 묻어 둔 채 외롭게 먼 길 떠난 대동강 로열패밀리여...! 그의 명복을 빈다. 남북한이 공존·공영하는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워 나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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