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북한인권법이 남긴 숙제 - 김현지 통일외교 2팀 기자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4/10/25 [16:55]

<기자수첩> 북한인권법이 남긴 숙제 - 김현지 통일외교 2팀 기자

통일신문 | 입력 : 2004/10/25 [16:55]
04년 10월, 북한은 벼랑 끝에 서 있다. 돌이켜 보면 북한은 항상 끝으로 걸어온 듯하다.
만성적인 위기에 북한의 자리는 늘 위태로워 보였지만 이번에 문제가 좀 심각해 보인다.
얼마 전 오랜 논란 끝에 북한(주민)을 돕기 위한 `북한 인권법`이 마침내 미국 행정부에 의해 발효된 것이다.
탈북자를 돕는 민간단체에 해마다 2,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대북 선전방송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인 이 법은 북한에는 물론 우리의 대북 정책에도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북한 인권법안이 정식 발효됨으로써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 나아가 북한 사회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지난 2001년 9ㆍ11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에 의해 `악의 축`으로 규정됐던 북한에 대한 완고한 족쇄가 사실상 풀리게 됐다.
미국이 북한을 돕겠다고 발효시킨 이 법에 사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입장에서 볼 때 전혀 반갑지 않다.
그의 입장에서 북한 인권법 자체가 자신의 입지 약화는 물론 북한 체제를 허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측에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폐쇄적인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한 인권압력에 적절히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북한의 반발을 억제하고 인권상황 개선을 유도해야 하는 두 개의 숙제 꾸러미를 받게 되었다.
의도야 어찌됐든 북한인권법은 한반도에 껄끄러운 문제로 고민하게 했다.
북한이 미국의 인권법안이 자신들의 체제를 흔들고 붕괴시키려는 적대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하다.
여기에 북한은 당장 북핵 6자 회담의 파탄을 경고하고 있어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에 큰 악재가 추가된 셈이다.
여기에 미국의 탈북자 지원정책이 집단 탈북을 부추길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로까지 이를 수 있다.
정부와 국민전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잘 헤아려야 한다.
특히 우리는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사회가 북한주민의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것과 미국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든 탈북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그 의도와 결과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인권법이 북한주민의 인권 향상에 실질적 도움은 주지 못한 채, 북한의 체제불안을 부추겨 한층 폐쇄적 방향으로 몰고 갈 것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남한은 책임있는 정책 대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사정에 비춰 정부는 우선 북한이 스스로 처한 현실을 인식,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라 적극적인 개방의 길로 나서도록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미국에도 탈북자 지원정책이 남북 평화공존의 기본 틀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거듭 강조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법이 시작되는 이 시점, 국민은 슬기롭게 민족적 공존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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