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분석] 김정은의 ‘대화와 대결 준비’ 발언과 북미대화의 조건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06/19 [00:49]

[시사분석] 김정은의 ‘대화와 대결 준비’ 발언과 북미대화의 조건

통일신문 | 입력 : 2021/06/19 [00:49]

▲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통일신문     

6월 17일 개최된 북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 회의에서 김정은이 미국과의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는 했지만, 미국과의 대화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함으로써 북한이 향후 북미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정은의 입장은 지난 4월 28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한과의 ‘외교’ 및 ‘단호한 억지’를 강조했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전원회의에서 “새로 출범한 미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동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금후 대미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 전술적 대응과 활동방향을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같은 보도는 김정은이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主敵)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미 적대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김정은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미국에게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한데 이어 지난 3월 18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담화를 통해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김정은이 6월 17일 전원회의에서 북미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한미연합군사훈련뿐만 아니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및 미국의 대북 정찰 활동, 한미의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 수립, 미국의 북한 인권 비판 등) 철회를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지난 5월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매우 유연한 접근을 보였다. 이에 북한도 북미대화 재개에 매우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후 대북정책 검토를 진행한 후 북한과의 협상에 매우 유연하고 실용주의적인 접근을 결정한 것처럼 북한도 그동안 대미정책을 재검토한 후 미국의 협상에 유연하고 실용주의적인 접근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미국이 북한에게 단기간 내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한다면 북한이 이를 수용할 수 없겠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4년 임기 내에 북한 핵프로그램의 동결과 부분적 핵감축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대북 제재의 부분적 완화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받아낼 수 있다면 그 같은 협상은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바로 앞두고 김정은의 대미 유화 발언이 나온 점을 고려할 때 성 김이 향후 어떠한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가에 따라 북미대화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심각한 식량사정과 ‘비상방역상황의 장기성’에 대한 철저히 대비, 어린이들에 대한 유제품 공급 등에 대해 언급했다.

 

따라서 북한의 어려운 방역상황과 식량난 등을 고려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 인도적 식량 지원과 영유아에 대한 유제품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면 북미대화 재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북한은 상호 강한 불신과 적대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미대화를 통해 비핵화 협상을 계속 진전시키는 데에는 큰 한계가 있다는 점을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과의 지속가능한 협상을 원한다면 주변국들 중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 비공식 대북 대화 채널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참가하는 미․중․남북한의 4자 북핵회담 추진을 반드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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