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금도 주체사상인가?-정 석 홍 동신대학교 객원교수, 북한학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4/11/23 [17:00]

[시론] 지금도 주체사상인가?-정 석 홍 동신대학교 객원교수, 북한학

통일신문 | 입력 : 2004/11/23 [17:00]
주체사상을 ‘인간중심사상’이니 하고 아무리 포장을 그럴듯하게 해도 북한식 마르크스-레닌주의(M-L주의)이고, 북한식 공산주의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중국과 베트남도 모택동 사상, 호치민 사상으로 통치되어왔다.
북한 주체사상도 이러한 M-L주의의 북한식 적용이지 ‘인류역사상 불후의 철학’ 따위로 분칠되는 것은 난센스다.
북한은 헌법(1972) 4조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우리나라의 현실에 창조적으로 적용한 조선로동당의 주체사상”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공산권이 붕괴되고 M-L주의가 역사의 무덤 속에 묻히게 되자 북한은 1992년 헌법을 개정,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우리나라의 현실에 창조적으로 적용한 조선노동당의 주체사상”이란 내용을 삭제한 대신에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이란 내용으로 슬쩍 바꾸어 놓았다. 그래도 주체사상은 이미 1960년대에 완성된 것이며 우리민족사의 주체성과는 인연이 없는 M-L주의 아류다.

주체사상 전파, 시대착오 발상

1957년 당시 소련 수상 후르시쵸프는 인류사상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리고 나서 ‘이제 우리는 드디어 미국을 따라잡았다’고 큰소리치면서 ‘자본주의는 머지않아 이 지구상에서 살아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스푸트니크는 1917년 소련공산혁명 40주년 기념으로 쏘아 올린 값비싼 축포였다.
그러나 스푸트니크 쇼크는 30년 후 소련공산제국을 몰락시킨 또 다른 쇼크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48년 정권 창건 50주년인 1998년에 소련을 흉내 내듯 값비싼 축포 ‘광명성 1호’를 쏘아 올리고 나서 ‘이제 우리는 드디어 강성대국(强盛大國)이 되었다’고 큰소리쳤다.
북한은 지금도 역사의 무덤 속에 묻어버린 M-L주의를 신봉하고 있으며 구소련을 따라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북한당국이 인터넷으로 남한의 청년 학생들을 겨냥해 주체사상 공세를 펴고 있는데 목적이 불순하다.
북한 노동당 규약전문에서 “…온 사회(전 한반도 의미)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화는 동의어다. 북한이 60년대의 낡은 주체사상으로 우리젊은이들을 오염시키려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그러나 북한의 사상 오염전략에 남한의 젊은이들이 대상이 되고 있다니 한심스럽다.
폴란드 전 대통령 바웬사는 80년대 민주화투쟁시절 “지금 우리는 70년 전 마르크스가 이야기하는대로 따라할 수 없다”는 말로 M-L주의를 멸시했고, “우리가 어려서 자전거를 선물 받고 성호(聖號) 긋는 법을 배웠다면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동차를 사주면서 성호 긋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北은 사상공세 중단해야

이 말은 동구권이 소련 공산주의를 따라 배운 것이 얼마나 역사적인 퇴보였는가를 대변하는 것이다.
북한은 1992년에 정무원 경제담당 부총리 김달현을, 2002년에는 박봉주 총리(당시 화학공업상) 일행의 경제시찰단을 남한에 보내 남한을 배워갔다. 북한에서는 내부적으로 ‘남조선 따라 배우기’가 은연중 장려되고 있는지 모른다. 북한은 오직 주체사상과 김일성-김정일 두 수령의 교시만을 잠언(箴言)으로 떠받들며 살아오고 있다.
그러나 교시에서 예언된 ‘지상낙원’의 꿈은 물거품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헌법 25조 “국가는 모든 근로자들에게 먹고 입고 쓰고 살 수 있는 온갖 조건을 마련하여 준다”는 약속마저도 지키지 못한 채 해외원조가 아니면 살아가기도 어렵게 되었다.
북한은 지금 남한의 발전신화를 ‘따라 배우고’ 있는데 우리젊은이들은 북한이 40년에 내놓은 ‘주체사상을 따라 배워야 한다’면 이보다 모순 된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바웬사’의 경구를 곱씹어 볼 때다.
북한은 ‘한반도 공산화’란 미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한에서 얻어먹고 나서 서 공산화로 되돌려 주겠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정신을 생각하고 관계발전을 위해서도 북한의 주체사상 공세는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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