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통일에는 좌우가 엄연히 있다

송두록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04/23 [11:41]

[포커스] 통일에는 좌우가 엄연히 있다

송두록 논설위원 | 입력 : 2022/04/23 [11:41]

▲ 송두록 논설위원    

얼마 전 검찰 고위직에 있었던 조모씨가 퇴임하면서 ‘법에는 좌우가 없다’는 아리송한 말을 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들의 인식 체계상 당연한 상식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또 다르게 보면 우리나라 법조계 실제에 좌우 대립이 존재하는 것을 그동안 개탄하다가 퇴임하면서 후배들에게 고언을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어쩌랴. 우리들이 추구하는 한반도 통일 전선에는 엄연하게도 좌우가 실재하고 있는 것을. 형식 논리로 보더라도 그렇다. 지금 휴전선 북쪽에 살고 있는 재북 동포들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70여 년을 살아온 사회주의자들 즉 좌측 사람들이고, 남쪽의 재남 동포들은 자유 자본주의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에서 살아온 우측 인사들이다.

실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좌우 대립은 매우 심각하다. 바로 며칠 전 어떤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옆 자리의 선배인 듯한 사람이 앞에 앉아 있는 남자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갑자기 “야, 너 김정은 XXX해 봐. 못 하지? 그럼, 자유 민주주의 만세 해 봐. 못 하잖아. 그러니까 넌 빨갱이야.”

 

요즘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가끔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빨갱이다. 빨갱이는 예전에 승공통일교육을 하던 시절에나 듣던 말이다.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을 몇 번 하면서 우리들 주변에서는 오히려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MZ세대를 위한 서비스 : 김일성은 김정은의 할아버지입니다) 또는 김정은 위인 같은 말들이 더 친숙하게 들렸다. 그랬던 것이 요즘에는 스스로 보수를 자처하는 국민들 응답자의 30%가 되면서 진보라고 응답하는 답변자 수를 추월했다는 모 일간지 기사에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통일부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2021년 통일부 예산 총액이 일반회계 2294억 원에다가 남북협력기금에서 무려 1조 2456억 원이라고 하면서 그 막대한 예산의 주요 용도가 한반도 평화통일 관련 국민참여와 공감대 확산이라고 했다. 그랬는데 응답자에게 당신 진보냐 보수냐를 묻는 게 일간지의 취재거리가 되고 있다면 통일 공감대 확산은커녕 국민들 이념의 골이 더 깊게 된 것 아닌가. 

 

그 후과는 오롯이 탈북민들의 몫이다. 툭하면 ‘먼저 온 통일‘이라고 떠받들림을 받던 그들이 좌우 대립이 뉴스가 되는 상황이 되면, 한 쪽에서는 변절자로 다른 한 쪽에서는 빨갱이 또는 간첩으로 치부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통일의 길이 힘들어지고 있다.

 

원래 통일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는 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통일을 꼭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선뜻 그래야지라는 답이 나오질 않는다. 통일 전선 실제에서 워낙 좌우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서이다. 이때까지 20여 년 넘도록 우리 한반도의 통일을 연착륙시켜야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민족 통일을 꿈꾸는 입장에서는 크나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이 땅의 정치적 선동 세력을 몰아내는 것을 가장 우선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선동 세력들은 오로지 권력을 잡기 위해서만 혈안이 되어 있다. 거짓과 사기, 영악과 집요함이 그들의 기본 행태이다. 그런 그들인지라 권력을 잡고 나면 온통 국민을 갈라치기한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통일의 이름으로 통일 전선을 무력하게 만든다.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 생각하는 정치가가 바르게 통치할 때 통일 일을 하는 우리들도 제대로 참노릇을 다할 수 있다.

 

송두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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