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광장] 北核, 공에서 눈을 떼지 말라

이준훈 시인 | 기사입력 2022/06/15 [18:14]

[통일광장] 北核, 공에서 눈을 떼지 말라

이준훈 시인 | 입력 : 2022/06/15 [18:14]

<이준훈 시인 · 칼럼니스트>

 

앞으로 5년 내 북한은 핵무기

200기 내외, 수십 기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 예상

 

모든 구기 종목 스포츠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은 ‘공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것, 즉 ‘목표를 끝까지 보라’는 것이다. 이대호 선수 같은 좋은 타자는 공을 끝까지 본다. 공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목표물인 공을 끝까지 주시하니 공을 고르는 선구안(選球眼)이 좋아지고, 좋은 공을 골라 치니 타율이 좋아진다. 하지만 배트를 휘두를 때 머리가 먼저 돌아가는 선수들이 있다. 치는 순간 공을 보지 않으니 헛스윙을 하거나 빗맞게 된다. 야구전문가의 해설이다.


야구의 타격기술에 게스 히팅(guess hitting) 타법이 있다. 투수의 투구의 구종과 코스를 자의적으로 예단하는 타법이다. 타격의 기술 중 하나이고 보니 모든 선수들이 써 먹는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배트 스피드가 느려진 나이 많은 타자들이 즐겨 쓰는 타법이다. 그러나 현실은 예측대로만 되지 않기 마련, 게스 히팅 성공률은 매우 낮다. 투수에 대한 경험이 많은 노장 선수들의 경향성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들도 항상 게스 히팅만을 구사하지는 않는다.

 

북한 핵문제에 대하여 게스 히팅처럼 단적으로 예측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북한이 핵 무력을 지렛대 삼아 더 많은 경제개발 투자와 원조를 받아내려 한다는 것이었다. 적절한 보상만 주어지면 핵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다양한 기회에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과 핵 협상을 해 왔다. 2006년 핵실험 전까지는 이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협상은 모두 실패했다.

 

북한이라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끝까지 보지 않은 것이며 북한의 핵 개발에 게스 히팅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북한에 핵무기 개발 시간만 벌어주었고 북한은 꾸준히 핵무력을 고도화해 왔다. 급기야 북한은 수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개발완성을 공언하였고 탄도미사일을 쏘아댔다.

 

문재인 정부도 북핵에 대하여 게스 히팅으로 일관해 왔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체제 보장을 위한 억지력을 보유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 필요성이 없어지면 핵을 가질 필요도 없어질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상을 주선했다. 나중에는 정전협상에 매달렸지만 실패했다.

 

현재 북한의 핵무기 개발 완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북한이 핵무기를 체제보장을 위한 억지력, 방어수단으로만 사용할까?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말, 믿어도 되나? 이 말도 최근엔 뉘앙스가 변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는 작년 ‘북한 핵무기 위협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 핵무기의 위협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핵무기를 협박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서해 5개 도서 점령과 같은 도발을 감행한 후 이에 대응하려 할 경우 핵무기 사용을 협박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 경우는 제한적으로 핵무기 사용하는 것이다. 서울 등 주요 도시들을 ‘핵인질’로 만들고 기타 다수의 도시들에 대한 핵 공격을 통해 굴복을 강요하는 것이다. 세 번째 경우는 핵무기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것이다. 전쟁초반 수십 기의 핵무기를 사용하여 남한의 정치·군사적 핵심목표, 지휘통제 시설을 전면적으로 타격하여 항복을 이끌어내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의 경우는 미국 본토에 대한 핵 위협을 통해 한미 관계를 이간하고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다섯 번째의 경우로서 경제제재로 고갈된 외화를 획득하기 위해 핵탄두 해외에 판매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보고서는 앞으로 5년 내 북한은 핵무기 200기 내외, 수십 기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25일 열병식에서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핵무기가 방어용이라는 빗장을 슬쩍 열었다. 경우에 따라선 선제공격용으로 쓸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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