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김정은의 핵전쟁 전략 진화와 한국의 안보

정성장 센터장 | 기사입력 2022/06/29 [19:07]

[포커스] 김정은의 핵전쟁 전략 진화와 한국의 안보

정성장 센터장 | 입력 : 2022/06/29 [19:07]

<정성장 세조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중국 춘추시대의 전략가 손자(孫子)는 “적과 아군의 실정을 잘 비교 검토한 후 승산이 있을 때 싸운다면 백 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고 지적했다.

 

그리고 “적의 실정을 모른 채 아군의 전력만 알고 싸운다면 승패의 확률은 반반이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라고 주장, 따라서 전쟁에서 ‘적의 실정(實情)’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625전쟁이 발생하기 약 6개월 전인 1949년 12월 27일 육군본부 정보국에서는 박정희, 김종필, 이영근 주도하에 연말 종합보고를 작성, 북한의 남침 가능성에 관해 상세한 보고를 한 바 있으나 이 같은 보고는 정치권과 군 수뇌부에 의해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다.

 

그 결과 북한군 공격 15일 전인 1950년 6월 10일 전격 단행된 인사이동으로 전방 사단장과 육본 지휘부 대부분이 교체되었고, 전쟁 발발 당시 한국군 전방 지휘부는 자기부대 장악과 임무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전쟁 발발 직전인 6월 23일 24시에 한국군은 22일부 작전명령으로 6월 11일 16시부터 유지되던 비상경계명령인 ‘작전명령 제78호’를 해제했다. 그리고 약 1/3에 달하는 병사들이 24일 새벽(토요일)부터 휴가와 외출을 떠나 막사를 벗어나 있었다.

 

결국 북한군이 남침을 개시했을 때 한국군은 거의 무방비상태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되었고, 전쟁 발발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점령당하게 되었다. 625전쟁이 발발하기 전 한국군 수뇌부는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라는 말로 대북 자신감을 피력했다.

 

전쟁 발발 직후 국회에 출석한 신성모 국방장관과 채병덕 육군 참모총장은 “만약 공세를 취한다면 1주일 이내에 평양을 탈환할 자신이 있다”고 보고했는데, 이 같은 호언장담은 한국군의 실제 전쟁능력과 괴리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정부와 군 수뇌부가 ‘적의 실정’과 ‘아군의 전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국가안보가 매우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4세기 로마의 전략가 베케티우스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고 설파했다.

그런데 625 전쟁이 끝난 지 거의 69년이 지난 현재 한국 정부와 사회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북한과의 전쟁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 50기(또는 해당 핵분열물질)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한국군과 사회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남북한 간에는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같은 세 차례의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에만 해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의 ICBM 개발이 상당히 진척되어 있고 소형화된 핵무기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남북 간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12~13년과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김정은이 지난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무려 3일간이나 북한 최고의 군사정책결정 및 군 지휘기관인 당중앙군사위원회의 8기 3차 확대회의를 개최하면서 계속 웃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북한의 국방력 발전과 작전계획 변화 추세를 한국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일 수 있다.

 

북한은 전술핵무기와 함께 소형화된 수소폭탄을 실험해 소형 핵탄두들이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기 위한 연쇄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전술핵무기의 전방 부대 실전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정은이 4월 25일 열병식에서 “우리의 핵이 전쟁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을 무시하고, 북한 지도부가 마치 미국과의 대화에 목말라 있는 것처럼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안보의식을 마비시키는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다.

 

한국이 제2의 임진왜란이나 한일합방, 또는 625전쟁 같은 비운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존을 넘어서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자강의 결단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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