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방황하는 통일정책은 곤란하다.

이종석 논설위뤈 | 기사입력 2022/12/26 [13:56]

2023년, 방황하는 통일정책은 곤란하다.

이종석 논설위뤈 | 입력 : 2022/12/26 [13:56]

우리나라 통일정책의 방향은 당연히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이것은 헌법에 명시되어 정부와 국민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따라서 그동안 정부는 통일이란 목표를 위해 시기마다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새로운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각각 통일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통일 지향성을 놓친 적은 없었다.

 

남북관계 등 주변 상황변화 우려

 

그러나 어느 순간 통일의 지향점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남북이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이 배경에는 통일이란 큰 그림보다도 정치적 목적과 단기간의 성과를 챙기려는 정책들이 한몫했을 것이다.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주변이 조용해야 하고 상대를 자극하지 말아야 하고, 때로는 비위도 맞춰야 했다. 이 과정에서 통일을 내세우지 못하고 수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 국민에게는 분명 잘못된 신호가 전달되었을 것이다. 최근 통일관련 인식조사를 살펴보면 갈수록 통일의 필요성이 낮아지는 추세로 가는데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한편 북한은 2019년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대남 비방의 수위가 무척 높아지는 듯 하더니 이듬해 6월에는 김여정의 지시에 따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함으로써 남북관계를 파탄지경으로 몰고 갔다. 그뿐만 아니라 2022년 남한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가 무섭게 수없이 많은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으며, 이제는 7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상태에 있다

 

이제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우려가 또 다른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1216일 북한이 ICBM의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마쳤다는 소식과 함께 일본은 북한에 대한 공격능력을 보유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이어 일본의 리스크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은 자국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하겠지만 북한 즉,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영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일본을 군사동맹국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무척 난감한 것이다.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다듬어진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은 아직도 우리의 통일정책 기조로 남아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 통일 방안조차 점차 퇴색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민족 중심의 공동체 의식에서 출발한 통일정책이 이제 MZ시대에도 맞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거의 한 세대가 바뀌고 있는 시점에 통일에 대한 관점과 그 의미는 세대 인식의 차이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경제적 패권... 이념적 대립 벗어나

 

이제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대를 넘어 다문화사회 시대를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 순위 10위권의 경제 규모로 성장한 데에는 오래전에 우리 스스로가 글로벌 국가로 성장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일 것이다. 또한 인구절벽과 노령화 시대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 시대는 외국으로부터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족 중심의 가치관이 점차 흐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의 패권전쟁은 이제 이념적 대립을 벗어난 지 오래다. 많은 국가 간 갈등이 경제적 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양상으로 변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오랜 기간을 경제제재 속에 코로나 19에 대한 방역과 국경 폐쇄조치로 인해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과정을 자력갱생과 북핵개발 및 고도화를 통해 정치적 입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민심을 수습하고 민생을 챙기는 일은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많은 건축사업을 통해 인민 경제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올 10월 당 창건 기념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연포 온실농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김정은식 건설행보가 북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적지 않은 의문이 든다. 민생을 챙기고 지역과 국가발전을 위해 건설사업을 벌인다는 것은 시장중심의 체제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건설사업이 경제적 효과를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런 것이 경제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건설관련 산업과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단순히 군인이나 주민들을 동원하는 식의 인력 수급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아무리 일부 지역이라 해도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특히 건설사업은 인력 의존도와 노동 강도가 어떤 산업보다도 높기 때문에 노동력을 착취하는 결과가 빚어진다면 오히려 인민들의 저항감만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 건설현장에서 상당한 자금이 집행되고 이 돈이 지역경제에 스며들어 인민들의 살림살이가 풍족해지는 구조가 건설경제의 기본이다.

또한, 건설에 필요한 많은 자재를 제조·가공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이를 공급하는 시장이 움직일 때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이로써 절대 권력자가 펼치는 건설사업도 의미가 있는 것이고 비로소 건설경제가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 남한과의 협력·역할 요구될 것

 

김정은 위원장은 비록 남한에서 지은 금강산 건축물이 너절하고 보기 싫다고 폄훼하기는 했지만, 과거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협력사업에 대해 아쉬움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 그 이후 그는 관광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삼지연, 원산갈마 등지에 많은 관광시설물을 건설하고 준비해 왔다.

 

만일 김정은 위원장 자신의 의도대로 북한경제 발전을 이루고 싶다면 과거 김정일 시대에 추구하려 했던 과감한 경제개혁과 시장개방을 위한 노력을 더욱 더 이어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남한과의 경제적 협력과 남한의 역할이 분명히 요구될 것이다.

경제협력이라는 말이 지금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전혀 생뚱맞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과거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시기를 돌이켜보고, 어느 순간 관광이 중단되고 공단이 폐쇄된 가동된 이후의 상황을 비교해 보자. 결과적으로 관광중단과 공단의 폐쇄는 어느 한쪽에도 이득을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남긴 채 지금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분명 남북 간의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통일정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남북관계가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라 하고 한반도 상황이 복잡하다 해도 통일정책의 방향과 대북정책의 구체성이 제시되어야 한다. 비핵화를 추진하되, 대화와 협력방안을 유인하는 2트랙 전략도 필요하다. 다행히도 남과 북은 지극히 단순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생존의 늪에서 벋어나고자 발버둥 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종석 북한학 박사·

애드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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