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자료] 핵협의 강화...한미정상회담 ‘워싱턴선언’의의와 한계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 | 기사입력 2023/04/27 [12:33]

[분석자료] 핵협의 강화...한미정상회담 ‘워싱턴선언’의의와 한계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 | 입력 : 2023/04/27 [12:33]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26일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한국이 자체 핵무기 개발을 공개적으로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의 핵 협의를 더욱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내용으로 하는 워싱턴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워싱턴선언에는 핵협의그룹(NCG)’ 설립 등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들이 적지 않지만, 북한의 대남 전술핵 위협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북한의 제7차 핵실험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국가생존을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수 있는 권리마저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한국도 일본과 같은 수준의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추진하는 데 합의하지 못한 것도 매우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미국이 호주에 한 것처럼 한국에 대해서도 원자력추진잠수함 확보와 관련한 협력을 요구할 필요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덜 시급한 우주 분야 협력에 대해서만 합의가 이루어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국내의 경우 경수로원전 가동 후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는 모두 () 냉각방식의 습식저장소에 보관 중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저장 공간이 10년 내에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자료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부피는 20분의 1, 발열량은 100분의 1, 방사성 독성은 1000분의 1로 줄어둔다. 이 과정에서 얻은 저순도 플루토늄은 원자력 발전의 연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플루토늄이 핵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은 한국의 재처리 허용 요구를 거부해 왔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서도 재처리는 인정받지 못했고, 핵무기로 전용이 불가능한 재활용 기술(파이로프로세싱)의 연구만 일부 허용 받았다. 당시 협정을 통해 해외 위탁 재처리를 허용 받았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영국, 프랑스까지 싣고 갔다가 플루토늄을 제외한 나머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다시 한국에 반입해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반면 일본은 30년 전부터 미국의 재처리 금지 방침에서 예외를 인정받아 비핵보유국 중 유일하게 플루토늄을 쌓아놓고 있다. 일본은 1968년에 체결된 미일원자력 협정을 통해 일본 내 시설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권리를 얻었다. 1988년 개정된 협정에서는 일본 내에 재처리시설, 플루토늄 전환 시설, 플루토늄 핵연료 제작 공장 등을 두고 그곳에 플루토늄을 보관할 수 있는 포괄적 사전 동의를 얻었다. 일본은 영국, 프랑스 등에서 위탁 재처리한 뒤 나온 플루토늄을 재반입해서 현재 약 46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는 매년 8t의 플루토늄을 자체 생산할 수 있다.

 

프랑스형 원자력 잠수함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저농축우라늄과 관련해서도 한미원자력협정과 미일원자력 협정의 수준은 판이하다. 2015년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에서 미국은 우라늄의 20% 미만 저농축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하지만 고위급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서면 합의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20% 미만 저농축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본이 1988년 미일원자력 협정에 의해 우라늄의 20% 미만 농축을 전면 허용 받고, ‘당사자 합의 시’ 20% 이상의 고농축도 가능하도록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내 전력 공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정도인데, 국내 원전에 필요한 5% 저농축우라늄을 전량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것은 우리의 에너지 안보에 근본적인 취약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워싱턴선언을 통해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모든 가능한 핵무기 사용의 경우 한국과 이를 협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했다.

 

그리고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선언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북핵 대응과 관련해 한미 간의 협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단순한 협의의 확대로 북한 핵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불안감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도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 근방에서 북한에 사용하기에는 사거리가 너무 긴, 사거리 7,400km 이상의 SLBM을 장착한 전략핵잠수함에 대해 북한이 공포를 느낄지도 의문이다. 북한의 대남 전술핵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지만, 한국이 자체 핵보유를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산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일본과 같은 수준의 핵잠재력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고 안보환경의 악화를 고려해 미래의 핵무장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NPT 탈퇴 권리마저 공개적으로 포기, 스스로 핵 족쇄를 강화한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이번 워싱턴선언의 내용에 대해 북한이 공개적으로는 비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그들에게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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