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국과 소국 사이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2023/06/14 [18:08]

중국: 대국과 소국 사이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 입력 : 2023/06/14 [18:08]

소국이라고 하기에는 땅이 너무 넓고, 대국이라고 하기에는 속이 너무 좁아 중국이라 부른다시중에 떠도는 풍자인데, 요즘 중국의 처신을 보면 촌철살인의 기지를 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중국, 의도 갖고 전략적으로 정책 추진

 

주지하다시피 작금의 한중관계는 누란지위에 처해있다 할 것이다. 얼마 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초청하여 만찬을 베푸는 중에 "중국의 패배에 배팅하면 반듯이 후회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중국정책에 비판을 가하면서 불거졌다. 우리 정부는 싱 대사를 초치하여 "비외교적 발언"이라며 항의하였지만, 중국이 싱 대사의 발언에 지지를 보내고, 또한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하여 정당한 행위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한중관계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외교적 파장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일단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냉전 2.0’의 문턱이 가까운 상황에서, 한중간의 갈등은 구조적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공산당 체제가 협력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영향권으로 편입되는 순간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너질 것이고 그렇다고 경제적 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힘들지 않은가?

중국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갈등을 넘어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를 평정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대국의 고리인 한국을 수중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싱 대사의 발언만이 문제가 아니다. 최근 일련의 흐름을 보면, 중국은 우리를 속국화 하려는 의도를 갖고 전략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드 추가배치 금지, 한미일 동맹 불참, 그리고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등 이른바 ‘3불정책의 요구는 명백한 주권침해이다. 게다가 한국 관광 금지와 한국 드라마의 수입 금지로 대표되는 한한령은 경제를 볼모로 우리 기업을 길들이고 국민을 우롱하려는 처사라고 할 것이다.

 

환상 접고 상호주의 엄격히 적용해야

 

우리에 대한 중국의 고압적 자세는 우리 정부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성찰해볼 필요도 있다. 이른바 균형외교를 명분으로 친중정책을 추진했던 지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국은 큰 산으로 중국몽의 실현에 협조를 하겠다던 우리 대통령에게 이른바 혼밥으로 대우했다. 우리의 기자들이 발길질 당하고 우리 국민의 존엄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항의한번 못하고. 삼전도 굴욕의 재림이랄까.

표면적으로 볼 때,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중국의 거대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참아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중국은 애초에 시장국가가 아니었고 이제 공산당 체제가 강화되면서 싹이 트던 시장마저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 오늘의 중국이다. 중국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자신들은 대국이고 우리는 소국으로 중국을 섬겨야한다는 중화주의이다. 우리가 중국의 입장을 지지해야 할까?

흔히들 국가 간에 발생하는 첨예화한 갈등을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에 비유하곤 한다. 싱 대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한중간 갈등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멈춰야 하나? 잘못된 길로 달리는 중국이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역지사지이다.

야당 측 인사를 만나 우리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대사의 정당한 직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앞으로도 그러겠다는 의미인가? 우리 대사가 중국 인민에게 시진핑 체제를 비판한다면? 이참에 중국에 대한 환상을 접고 상호주의를 보다 엄격히 적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중국인의 땅과 아파트 등 부동산 소유, 의료보험 혜택, 지방선거 투표권도 원점에서 재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만연한 도박과 승부조작이라고 한다. 경기에 뛰는 선수가 자신이 속한 팀에 배팅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대국인가, 소국인가, 중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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