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쟁 준비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정복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3/08/23 [11:53]

김정은 전쟁 준비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정복규 논설위원 | 입력 : 2023/08/23 [11:53]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군수공장들을 또 방문해 무기 생산 능력을 대대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의 군수공장 시찰은 21일부터 열린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한미는 야외 기동훈련을 대규모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 기간에 북한이 무력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크다. 김정은 위원장은 간부들을 태우고 직접 운전석에 앉아 장갑차를 몰았다. 2주 전 군수공장 시찰 당시 사격 장면을 보인 데 이어, 장갑차를 모는 모습까지 공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동식 발사대와 방사포탄 생산 공장도 잇달아 둘러보며 생산을 대폭 늘리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의 최근 공개 행보는 노골적으로 전쟁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전면전에 필요한 전술미사일과 전투장갑차, 조정방사포 등 재래식 전력 생산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이는 한미 연합연습에 대응하려는 성격도 있다. 한미는 21일부터 31일까지 '을지 자유의 방패', UFS 연합연습을 실시할 계획이다. 미 본토 우주군까지 처음 참여하는 훈련이다.

 

지난해보다 두 배가 넘는 30여 건의 연합 야외 기동훈련이 예정돼 있다. 한미는 유엔사 회원국들의 훈련 참가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번 한미 연합연습 기간 미 전략자산의 전개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15일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두 번째 광복절 경축사를 발표했다. 올해 경축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자유였다. 27번을 언급했고, 평화와 안보는 각각 11번씩, 그리고 공산이라는 키워드는 8번 거론했다.

특히 과거사에 대한 언급 대신 일본이 안보적 관점에서 협력 파트너란 점을 강조했다. 남북 관계 개선이나 통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며, 그 정신이 경제 발전과 산업화, 민주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와 대립하는 공산공산 전체주의를 겨냥해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고 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안보가 인도·태평양과 대서양, 글로벌 안보와 같은 축 선상에 놓여 있다며 나토와의 협력 강화도 역설했다. 한반도를 넘어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평가다. 대통령은 지난해 경축사에서 이웃이라 불렀던 일본을, 올해는 더 나아가 협력 파트너로 규정했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자동 개입하게 돼 있는 유엔사 역할을 강조했다.

 

일본 내 7개 유엔사 후방 기지는 한반도에 신속히 대응 전력을 보내고 군수 물자를 지원하는 게 주 임무다. 특히, 요코스카 해군기지에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있다요코다 공군기지에는 대형 수송기가 배치돼 유사시 병력과 물자를 공급한다. 오키나와 화이트비치 해군기지에 있는 주일 미 해병기동군은 하루면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다.

 

한미 동맹과 유엔 차원에서도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전방위적인 북한 압박의 가능성들이 충분히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과거사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일본의 안보적 가치만 부각하는데 무게를 뒀다는 지적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종종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획기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놨다.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는 평화공동체를 구축하고 남북한 경제의 통합을 준비하는 경제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있었다.

 

 

비무장지대(DMZ)에 세계 평화공원을 조성하자고 북한에 제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경축사에선 북한의 협상 복귀와 경제 지원을 담은 담대한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는 담대한 구상의지를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쳤고, 관계 개선을 위한 제안도 없었다. 지금 국면에서 한미일과 북한의 대결 또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통해서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경축사에서도 구체적인 대화보다는 오히려 북한에 대한 압박 일변도로 입장을 정리했다. 메아리처럼 성과 없는 노력을 하는 것보다는 국제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해서 북한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엔 거리를 둔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대북 억제와 압박이 재확인됐다. 한반도는 상당 기간 군사적 긴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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