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에 자유의 가치 알릴 방법 모색...이북도민사회의 역할”

[인터뷰]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 이훈 함북도지사

림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3/09/05 [17:30]

“북한주민에 자유의 가치 알릴 방법 모색...이북도민사회의 역할”

[인터뷰]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 이훈 함북도지사

림일 객원기자 | 입력 : 2023/09/05 [17:30]

이산가족의 날이 국가기념일이 됐다. 2023328, “남북이산가족생사확인 및 교류촉진에 관한법률개정안에 따라 이산가족의 날’(음력 813일 추석 전전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이산가족의 날의 취지에 맞는 각종 기념행사와 홍보 등을 실시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통일부는 오는 927, 1이산가족의 날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날 이산가족을 위로하고 국민인식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업과 실향민들을 위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에서 개최하는 실향·탈북민 첫 행사를 치르는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 이훈 함북도지사를 만났다.

 

 - 추석 전전날이 이산가족의 날로 된 이유는.

정부는 작년 7이산가족의 날국가기념일 제정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이산가족 유관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실향민들과 관계자, 전문가 등 응답자의 43.4%가 추석전전날(음력 813)이 좋다는 답변이 나와 이를 반영했다. ‘이산가족의 날국기기념일 제정은 1,000만 실향민(가족 포함)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 ‘이산가족의 날의미는 뭐라고 보나.

무엇보다 이북 고향땅을 한 번 밟아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며 하늘나라로 가신 많은 실향민들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게 됐다. 이는 민간차원이 아닌 정부차원의 국가기념일인 만큼 그동안 이산의 슬픔에 무관심했던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무관심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무시인데 야속하고 무섭다.

- 현재 실향민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

실향민은 19458·15해방 이후 한국전쟁 휴전인 19537월까지 8년간 김일성 공산정권의 이북에서 자유진영인 이남으로 내려온 사람들이다. 대략 500만 명. 이후 생겨난 가족(2세 이후)까지 약 1,30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1세대 실향민들의 나이는 보통 80~90. 그동안 남북이산가족상봉을 신청한 사람(남측의 이산가족)은 대략 전체의 15% 안팎, 정부가 마지막으로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했던 1세대 어르신(133천명) 중 남은 사람은 약 46천명이다. 한 해가 다르게 줄어드는 실향민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이산가족의 날국기기념일 제정은

1천만 실향민들의 오랜 숙원사업

정부는 작년 7이산가족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추진계획을 발표

실향민들과 관계자, 전문가 응답자

43.4%가 추석전전날(813)

좋다는 답변이 나와 이를 반영해

 

- ‘이북5도위원회를 소개해 달라.

19458·15해방과 동시에 분단된 한반도다. 한국 행정구역상의 도()로서 수복되지 아니한 함경북도, 함경남도, 평안북도, 평안남도, 황해도 등 이북5도와 경기도, 강원도의 미수복 시·군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산하의 정부기관이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 북한산 자락에 소재한 이북5도청(이북5도위원회)1,000만 실향민의 마음의 고향이고 이북도민사회 구심점이락 할 수 있다.

주요 업무는 어떤 것인가.

이북 7(5+미수복 경기도와 강원도)의 명예시장 군수 및 읍··동장 및 전국 16개 시·도 사무소장을 중심으로 통일사업 전반에 걸친 업무를 관장한다. 실향민들의 고향방문과 후세교육에 집중하며 이북5도 무형문화재 발굴 및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통일 대비 전문가 조사연구업무와 각 도의 향토지발간 및 문화자료 수집도 지원한다.

위원회 주관 주요 연례행사는.

해마다 5월이면 해외이북도민 초청 고국방문 행사가 있다고국의 발전에 기여한 해외동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는 자리를 마련 한 것이다. 또한 각 도(함북, 함남, 평북, 평남, 황해) 체육대회가 있다. 매년 6월에는 강원도 속초 아바이마을에서 실향민문화축제를 펼치고 10월에는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대통령기 이북5도민체육대회가 열린다. 4개의 축제가 가장 대표적인 실향민 행사라고 볼 수 있다.

 

해마다 5월 해외이북도민 초청

고국방문 행사와 도별 체육대회

6월 강원 속초 아바이마을에서

실향민문화축제를 펼치고 있어

10월에는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대통령기 이북5도민체육대회 등

4개 축제가 대표적 실향민 행사

 

- 통일 관련한 경력이 있는가.

2010~14년까지 오두산통일전망대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통일부 산하 안보관광 전문기업이다. 당시에는 연평균 50~60만 명의 관광객이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를 방문했다. 방문객 50%가 실향민과 그들의 후손이고 30%가 외국인(이중 90%가 일본과 중국 관광객), 20%가 내국인 특히 충청권 아래인 영호남 지역 사람들이다.

재직당시 국회에서 2년에 걸쳐 70억 예산을 확보, 전망대시설 재건축을 진행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영상·공연장을 기존의 200석서 300석으로 늘렸다. 공교롭게도 재직시절 천안함사건, 연평도포격사건 등이 일어나 첨예한 안보교육현장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 특별히 기억하고 있는 일화가 있다면.

지난 198712, 13대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성향이 강한 실향민들은 노태우 민주정의당(보수) 후보를 강력 지지했다. 이후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이 실향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고 이때 실향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통일동산이 조성되었다. 동화경모공원(25만평의 실향민묘지)과 오두산통일전망대 사업의 중심이다.

 - 어떤 상징성이 있다고 보나?

동화경모공원은 통일 후 북한의 가족들이 남한의 실향민 연고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오두산통일전망대는 유일하게 정부(통일부) 운영시설이다. 정부차원의 통일·안보교육의 기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안보관광시설의 존재는 분명 남한이 북한보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우월함을 나타내는 징표이기도 하다.

- 노태우 전 대통령의 묘역이 동화경모공원에 있던데.

국군 9사단장 출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실향민들과의 인연은 깊다. 9사단 관할은 북한과 마주한 경기도 파주 탄현면 부분이다. 동화경모공원(현재 실향민 6만여 시신 매장) 조성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셨기에 202110월에 서거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시신은 동화경모공원에 안장되었고 국가보존묘지로 지정되었다.

북방외교(·, ·소 관계개선 등)에 커다란 업적을 남기신 노 전 대통령은 천국에 가셔서도 북한동포를 뜨겁게 사랑하시는 마음은 버리지 않은 것 같다. 실향민과 그 후손들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다소 많은 편이다.

 

노태우 정부가 실향민들 숙원사업

통일동산을 조성...동화경모공원

오두산통일전망대 등이 사업 중심

 

동화경모공원은 통일 후 북한의

가족들이 남한의 실향민 연고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

오두산통일전망대는 정부차원의

통일·안보교육으로 의미가 있어

 

- 남북 이산가족상봉 문제의 고견은 뭔가.

최근 북한은 금강산 이산가족상봉시설을 포함한 해금강호텔 등 남측의 시설을 무단으로 폐쇄해 버렸다. 향후 북측이 남측의 이산가족상봉 제안에 호응한다면 상봉장소는 남측에서 마련했으면 좋겠다. 북측에 있는 시설은 도저히 안심할 수 없다. 20206,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무단 폭파한 것만 봐도 그렇다.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통일부 산하 한반도통일미래센터등 상봉장소로 좋은 시설이 많다.

- 북한당국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정확히 북한당국이 아닌 체제 특성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김정은 위원장도 조상을 둔 사람이라면 70년 전 끔찍한 동족상잔의 혈투로 이산가족이 된 겨레의 아픔을 진심으로 되새겨보기 바란다.

이제 이 땅에 남은 실향민들의 여명(남은 수명)은 기껏해야 10년 남짓이다. 죽어도 가보고 싶은 고향 왕래를 못하면 서신거래라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 이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의리이고 도리인 것이다.

 

 

 이북 5도위원회 위원장 이훈  함북도지사


- 실향민 2세로 추억이 있다면.

함경북도 성진(지금의 김책시)이 고향인 우리 가족은 19467월 이후 이남으로 내려왔다. 어망(바다에서 쓰는 고기잡이용 그물) 제조·관리 사업을 하시던 조부는 당시 지주였다. 해방 후 들어선 무지막지한 김일성 공산정권에 치를 떨었다.

남한에 내려와서 무역업을 하셨던 아버지는 1990년에 작고했다. 생존에 설이나 추석이면 두고 온 고향을 생각하며 한 숨 짓고 눈물을 훔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린 나에게 고향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또한 처가댁 장인 장모님도 고향이 함남 함흥이기에 추석이 되면 양가 모두 찾아 갈 고향이 없었다.

 

일천만이산가족위국제협력단장으로

활동하며 본 단체를 UN경제이사회

(ECOSOC) NGO단체로 등록하는데

적게 남아 노력...4년간 많은 분들과

애쓴 보람으로 20127월에 이룩

한국에서는 29개 시민단체가 가입

보수단체로 일천만위원회가 유일

 

- 이북도민회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국제협력단장으로 활동하며 본 단체를 UN경제사회이사회(ECOSOC) NGO단체로 등록하는데 작은 노력을 했다. 4년간 많은 분들이 함께 애쓴 보람으로 20127월에 이룩하였다. 한국에서는 모두 29개 시민단체가 가입되어 있는데 그 중 보수 단체는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가 유일하다.

- 해외서 분단 한국을 보는 시각은.

외국인들이 무척 놀라더라. 동일한 민족이 둘로 갈라져 왕래는 고사하고 편지교환 조차 못한다는 한국의 실정에 두 눈만 커지더라. 같은 분단국가였던 독일은 통일 전 동서독 사이에 많은 인적·물적 교규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충분히 그럴 만 했다. 그때부터 1,000만 실향민들을 위한 이산가족의 날은 반드시 정부가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겠다는 각오가 굳게 섰다. 30여년 노력의 결과이다.

- 실향민 후계 세대 문제는.

아쉽게도 실향민 1세대가 고령과 병마로 점점 줄어든다. 1세대 어르신들의 애국심과 애향·애민심을 계승하며 올바른 자유민주와 시장자본주의에 기반한 평화통일관 형성을 갖도록 미래시대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 또한 이북5도 청년회를 근간으로 통일-여행 연수 장학금을 지급하려 한다. 통일의 최전선에 3·4세대 청년들이 나서고 또 그들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다.

대한민국 경제번영의 견인차 역할을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과 그 후손들이 이룩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828일에는 서울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주제로 제3차 이북5도위원회 정책포럼을 진행했다. 이는 실향 1세대들의 나라를 위해 노력한 역할을 잊지 않고 계승하겠다는 2,3세대의 의지이다. 특히 김정은 독재정권 하의 북한주민들에게 자유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이북도민사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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