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협회 공식등록...노래·춤으로 방송 “이 분야가 많이 치열하죠”[인터뷰] 탈북가수·TikTok 호스트 순이현재 남한에서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유튜브(YouTube) 채널은 대략 200개 안팎이다. 우스갯소리로 자고 깨나면 하나씩 생긴다는 말이 있다. 그중 시사해설 채널은 5% 미만이고 나머지는 일상생활 내용의 유튜브 방송이다. 탈북민들의 유튜브 방송은 특수성이 있다. 내용이 북한소식인데 물론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도 있지만 대부분 확인이 불가능한 문제도 분명하게 있다. 유튜브는 엄밀히 개인TV방송이나 대중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끼치기도 한다. SNS에서 유튜브와 쌍벽을 이루는 틱톡(TikTok)이다. 틱톡은 15초~10분 길이의 짧은 비디오 영상을 제작 및 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이다, 정해진 음악을 베이스로 깐 이후 영상을 제작할 수 있으며 다양한 이펙트 효과를 줄 수 있다. 요즘 틱톡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탈북민도 있다. 유튜브와는 어떻게 다른지? 그 분야 경쟁은 어느 정도나 치열한지 궁금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탈북가수 겸 TikTok 호스트 순이(본명 양경순) 씨를 만나 마주 앉았다.
- 언제부터 틱톡을 했는가. 2022년 3월부터 시작했다. 집에서 조명, 마이크 등 간단한 방송설비를 갖추고 한다. 하루 짧으면 3시간, 길면 13시간 이상 방송한다. 현재 순이방 팔로워(구독자)는 52만 1천여 명으로 평균 주간 랭킹순위 100위 안에 들어있다. 예전에는 최고 4위까지 올랐었고 이후 10위, 20위 안에 수없이 들어갔었다. 지난주(9월 넷째 주)는 52위에 머물렀다. 주간 순위 100위 안에 들어야 시청자들의 선물(돈·상품)이 있다. - 어떤 콘텐츠로 방송을 하나. 기본은 노래와 춤(무용)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가수는 앨범이 있는 사람이 공식적으로 가수협회에 등록되었을 때 ‘대중가수’라고 부를 수 있다. 나는 작년 8월에 이어 올해 6월에 두 번째 앨범을 냈고 가수협회에 공식 등록되었다. 현재 활동 중인 탈북가수는 대략 7~8명이고 무용수와 연주자는 모두 30여 명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틱톡 방송에서는 입담과 재능 보여주기 등 대중과 소통하는 어떤 것도 할 수 있다. 어쨌든 시청자들과 팔로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고객으로 확보해야 호스트(방송인)의 생명도 유지되는 것이다. 현재 이 분야가 많이 치열하다. - 경쟁이 어느 정도인가. 틱톡 음악부문 랭킹 순위 100~200위까지를 ‘라징스타’ 라고 한다. 말 그대로 순위 일뿐 아무런 선물도 없다. 200위 밖에 있는 사람은 무려 3만 여명이다. 틱톡은 팔로워 300명 이상 확보한 사람이면 누구나 방송제작 및 공유를 허가해준다. 솔직한 말로 아무나 다할 수 있는 틱톡 방송이지만 거기서 살아남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틱톡방송 22년 3월 시작...하루 3시간 길면 13시간 방송 현재 순이방 팔로워 52만 1천명, 랭킹순위 100위 안에 들어 기본은 노래와 춤...입담·재능 보여주기 대중과 소통하는 어떤 것도 할 수 있어
올 6월에 두 번째 앨범 냈고 가수협회 공식 등록...현재 활동 중인 탈북가수는 대략 7~8명, 무용수와 연주자는 30여명
- ‘햇빛을 못 보는 사람’이 무슨 소린가. 랭킹 순위 200위 밖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소리다. 틱톡 방송은 짧은 시간에 진행되는 특성도 있지만 분명히 진실, 감동, 재미. 거기에 호스트만의 특성을 갖고 있어야 오래 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방송에 얼굴 한 번 보였다가 사라지는 사람이 수 만 명이다. 생사를 각오하고 실행한 탈북만큼이나 어렵다.
전혀 아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밝힌다. 시청자들과 대화(댓글)를 할 때 내 고향 함경북도 사투리를 일부러 사용하면서 한다. 탈북민이 어때서. 우리가 그 북한사회에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세상에 태어나 보니 북한이었다. 그러면 측은한 감정으로 대하는 사람도 다소 있지만 대부분은 “정말 잘 선택해서 남한으로 왔다.” “새 세상에서 자신의 재능을 맘껏 키우라!”고 격려해준다. 그것이 내가 사회활동을 하는데 작은 힘이 되고 격려와 응원이 된다. - 북한노래도 불러주는가. 당연하다. 시청자들이 요구라면, 또 아니라도 “그럼 이 시간에는 제 고향노래 한 곡 불러 드리겠습네다. 모두 귀를 활짝 열고 잘 들어보시라요~” 하고 부른다. 일부로 웃기느라고 “참고로 북한에서는 가수에게 박수를 건성건성 치면 아오지 탄광 보냅네다” 하고 말하면 시청자들은 웃으면서 박수를 친다. 북한노래 제목은 주로 ‘반갑습니다’, ‘배우자’, ‘심장에 남는 사람’, ‘우등불’, ‘다시 만납시다’ 등이다. - 첫 앨범을 언제 발표했는가. 지난 2022년 8월에 발표했다. 데뷔곡이자 타이틀곡 ‘늘’이다. 이별의 아픔을 발라드 곡으로 표현했다. ...이번엔 다를까 이번엔 다를까 / 그러나 늘 똑같아 / 그런 줄 알면서도 그런 줄 알면서 / 또 다른 사랑 찾아 헤매는 발길 / 사랑은 아픔이고 눈물이란 걸 / 알면서도 빠지는 건 바로 당신이라서 / 또 사랑 해봅니다... ‘늘’의 가사다. 올해 6월 발표한 2집 앨범은 ‘일 없습니다’이다. ...내가 싫다고 떠날 땐 언제고 / 이제 와서 후회 하나요 / 일 없습니다 일 없습니다 / 한 번 속아도 두 번은 안 속아요... 내 생활에서의 이별, 아픔, 슬픔, 그리움을 함축했다.
탈북민 신분 당당하게 밝혀...시청자들 댓글에 내 고향 함경북도 사투리 사용 측은한 감정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새 세상에서 재능을 맘껏 키우라”격려 사회활동 하는데 응원이 되고 힘이 돼
- 축제 행사장에서 공연도 하던데. 지자체 행사로 진행하는 각종 축제에 초대받아 공연을 한다. 최근 강원도 춘천서 여러 번 현장공연을 진행했다. 강원도는 실향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이제나 저제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통일의 날을 애타게 기다리는 분들이다. 충남 보령에서 3000명 해병들 앞에서 공연을 했고 대구 영남대학교 축제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 고향이 어딘가. 1988년 10월 함경북도 무산서 OO목재사업소 노동자의 가정에서 5남매의 막내로 출생했다. 부모님은 내가 8살 때 2년 사이에 굶어서 사망했다. 한창 미공급(식량배급 없음)시기다. 무산OO고등학교 시절인 14살 때부터 장사를 했다. 시집 간 언니와 함께 만든 두부밥 파는 일이다. 두부밥 1개는 5원이었고 하루 판매목표량 100개의 두부밥은 1~2시간이면 후다닥 팔린다. 음식장사가 제법 잘 된 시기였다.
지자체 행사나 축제에 초대받아 공연 강원도는 실향민들 많이 사는 지역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통일의 날을 애타게 기다리는 어르신들 반가워해 인기 높아
함북 무산서 막내로 출생... 14살 때 장사 부모님은 8살 때 2년 사이 굶어서 사망 언니와 만든 두부밥 팔아...1개 5원으로 하루 판매목표량 100개 두부밥 금방 팔아
- 남한 노래는 처음 언제 들었나. 사람은 사회생활 속에서 뭐든 하지 말라면 호기심에 더욱 하는 법이다. 고등학교 졸업시절인 17살 때에 아는 언니의 집에서 남조선 노래테이프를 남몰래 들었다.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과 계은숙의 ‘바람 바람 바람’이었다. 듣는 이의 마음을 간드러지게 녹이는 남조선 노래는 어딘가 모르게 중독성이 매우 강했다. 이후로도 계속 장윤정의 ‘꽃’,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 등을 몰래 듣고 허밍(속으로 노래를 부르며 리듬에 맞춰 몸을 놀리는 것)을 하게 되었다. - 남한 가수는 누구를 좋아했는가. 국민가수 노사연이다. 사실 그녀의 노래 ‘만남’을 들었을 때 북한창법에 비하면 허스키한 목소리가 별로 마음에 없었다. 북한창법은 대부분 강하고 박력 있다. 선전 선동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당의 특성인 것 같다. 그러나 남한에 와서 다시 들으니 그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나도 가끔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고등학교 졸업시절에 남조선 노래테이프 몰래 들어...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과 계은숙의 ‘바람 바람 바람’... 듣는 이의 마음 간드러지게 녹이는 남조선 노래는 어딘가 모르게 중독성 매우 강하다 생각
노사연의 노래 ‘만남’들으며 북한창법에 비해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별로였지만 남한에 와서 들으니 매력적으로 들려 가끔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고 있어
- 탈북 동기는 무엇인가. 장사하던 어느 날, 언니에게 “우리 남조선으로 갈까?”하고 물었다. 언니가 대번에 화를 내며 “야! 온 가족이 몰살당하는 꼴 보려고 그래?” 하기에 포기했다. 이후 마음속으로 ‘언젠가 꼭 남조선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굳게 가졌다. 20살 때 “지긋지긋한 이 고향땅도 싫다. 나는 죽어도 남조선으로 가련다”는 비장한 결심을 했다. - 그 결심 어떻게 실행했나. 지난 2007년 10월, 국경경비대 군인 2명에게 각각 옥수수 30kg 값을 주고 두만강을 몰래 건넜다. 다년간 각종 장사를 했으니 국경경비대원도 제법 알았다. 재수 없게도 2일 만에 중국공안에 단속되었고 강제 북송되어 무산으로 왔다. 해당 기관에서 엄격한 취조를 받고 ‘노동단련대’로 넘겨져 6개월간 처벌(하루 12시간 무보수 강제노역) 결정을 받았다. 다행히 큰오빠의 도움을 받아 옥수수100kg을 단련대 간부에게 바치고 2주간의 노동을 하고 출소했다. - 남한에는 언제 왔는가. 지긋지긋한 노동단련대 강제 생활까지 해보니 더욱 북한체제가 싫어졌다. 이틀 뒤 다시 두만강을 건넜다. 결국 중국 땅에서 인신매매에 걸려간 곳은 흑룡강성 하얼빈이다. 여기서 1년 4개월간 살면서 독하게 중국어를 배웠다. 보람이 있었다. 신문광고에서 요녕성 심양에 한국기업과 관련 일자리가 많다는 정보도 알게 되었다. 이후 목단강을 거쳐 심양으로 갔고 편의점에서 한동안 일했다. 곤명, 라오스, 태국을 거쳐 2011년 12월 서울에 왔다.
북한노래와 기악은 수령, 사회체제, 노동당 충성 사상만 빼고 들으면 모두 전통가락이고 예술이라 생각
남한의 노래방이나 주점카페에 북한 노래는 ‘심장에 남는 사람’ ‘백두에서 한라까지’ 기껏 4~5곡 벌써 20년째인 것으로 다소 식상
- 정착생활 초기 어떻게 보냈나. 4년 전인 지난 2019년 봄, 서울 대림동에 ‘평양라이브’ 카페를 개업했다. 손님들이 음료와 맥주를 마시며 노래 부르고 춤추는 곳이다. 규모는 70여 평 정도, 오후 7시에 문을 열어 새벽 2시까지 영업했다. 카페에는 유튜브 속 북한음악 3만 곡이 있어 고객이 쉽게 부를 수 있었다. 고향의 향수를 달래려고 많은 탈북민이 찾아왔다. - 북한 노래의 특성은 무엇인가. 북한음악은 탈북민들의 경우 향수로, 참고 및 비판적 시각에서 접하면 좋다. 유튜브에 넘쳐나도록 올라와 있는 북한노래와 음악(기악)은 수령, 사회체제, 노동당 충성의 사상만 빼고 들으면 모두 우리의 전통가락이고 예술이다. 현재 남한의 노래방이나 주점카페에 있는 북한 노래는 고작 ‘심장에 남는 사람’, ‘휘파람’, ‘백두에서 한라까지’ 등 기껏해야 4~5곡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도 벌써 20년째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소 식상하다. - 최근 고향 소식을 들었나. 두 달 전에 언니와 통화를 했다. 내가 “화교 집에 몰래 가서 인터넷에 내 이름 검색해보라”고 했더니 “검색이 뭐냐? 네가 뭘 잘못 돼서 단속되었냐?”고 하더라. 이후 “내가 리설주보다 더 노래를 많이 부른다”고 하니 “야! 큰일 날 소리 하지 말라. ‘리설주 여사’라고 불러라”고 하더라. ‘휴~’ 하고 한숨만 나왔고 마음속으로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미개한 사회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영남대학교 법률아카데미학과에 재학 중 후배들에게 남한 정착에 법률적인 도움 주는 자원봉사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해
남한은 자기의 노력의 대가가 있는 사회 함경도의 가난한 산림노동자 집에서 태어난 소녀가 남한에 와서 팔로워 50만명 보유한 TikTok 호스트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어
생사를 각오하고 자유를 찾아 온 땅에서 정착의 승리자가 되는 것도 또 패배자로 되는 것 모두 자기가 노력하기 나름이죠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가. 현재 영남대학교 법률아카데미학과에 재학 중이다. 미래를 위해서 배워야 한다. 김정은 체제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탈북자들의 남한 입국은 계속될 것이다. 후배들에게 남한 정착에 법률적인 도움을 주는 일을 자원봉사 하고 싶다. 탈북 어르신들도 제법 많다. 모두 외로운 이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남한은 분명 자기의 노력대가가 있는 자본주의사회다. 함경도 무산의 가난한 산림노동자 집에서 태어난 소녀가 남한에 와서 팔로워 50여만 명을 보유한 TikTok 호스트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탈북 순간에 비유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탈북민들이 생사를 각오하고 자유를 찾아 온 이 땅에서 정착의 승리자가 되는 것도 혹은 패배자로 되는 것도 모두 자기가 노력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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