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내외적으로 시각적 홍보효과 거두는데 상당한 성과 거둬”

기획/ 북한의 농촌살림집 건설사업 분석 토론회

장희원 기자 | 기사입력 2023/10/11 [11:27]

“북, 대내외적으로 시각적 홍보효과 거두는데 상당한 성과 거둬”

기획/ 북한의 농촌살림집 건설사업 분석 토론회

장희원 기자 | 입력 : 2023/10/11 [11:27]

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위원회 연구위원 김도현, 임준빈, 이옥정, 이창우, 신옥경, 차상욱 위원들이 지난 925일 건축사회관 7층 회의실에서 진행한 북한의 최근 농촌살림집건설사업에 대한 분석회의 현장을 찾았다.

 

북한의 홍보매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 초까지 북한 전역을 망라하는 농촌지역에 대대적으로 살림집을 공급하고 그에 대한 입사행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9차례에 걸친 보도에서 입사행사가 벌어진 살림집 단지의 정확한 위치나 공급 세대수와 도면 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보도된 사진들을 분석해보면 작게는 수십 채에서 많게는 수백 채에 이르는 살림집들이 북한식 건설공사의 관례에 따라 단기간에 공급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서울건축사회 산하 북한개발 연구위원회가 북한이 홍보한 보도 자료를 공유한 후, 건축사의 시각으로 면밀히 분석한 내용에 대해 토론했다.

 

서울건축사회 산하 '북한개발연구위원회'가 북한이 홍보한 농촌살림집들의 사진 보도자료를 공유한 후 건축사의 시각으로 면밀하게  분석한 내용으로 토론하고 있다.



농촌에 공급된 살림집의 형태가

직관적으로 파격적인 면모 지녀

다양성인위적 구현한 새집 제공

 

진행을 맡은 김도현 위원장은 토론에 앞서 농촌에 공급된 살림집의 형태가 직관적으로는 대단히 파격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는 심경을 밝혔다. 참석한 위원들 또한 대체로 이점에 공감하면서 그 이면을 파고들었다.

임준빈 연구위원은 하나의 살림집 단지 안에 최대한 다양한 형태의 살림집을 늘어놓고 있는 배치형식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2016년 함북지역 수해복구사업에서 보여주었던 획일적인 농촌살림집 단지들에 비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라는 것이다. 경사지붕을 얹고 있는 것들은 우리의 70년대 고급주택의 전형적인 모습과 매우 유사하며, 다양성을 강조하기 위해 배치한 살림집 가운데는 오히려 도시에 어울리는 형태를 지닌 것들도 있다고 확인했다.

임 위원은 “‘다양성을 인위적으로 구현하여 새집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대단히 어수선하게 보이는 단지들도 농촌주민들의 시각으로는 이른바 최고존엄의 선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도회적인 감각의 디자인이 나타나고 있는 사례들을 관찰해보면, 북한의 설계자들도 서방의 최근 건축디자인 정보에 어느 정도 접하고 있다는 짐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옥정 연구위원은 임준빈 위원이 지적한 사례들이 앞서 평양 경루동에 공급한 살림집에서 구현했던 건축디자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봤다. 북한은 2021년부터 평양에 살림집 5만 세대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후 매년 1만 세대 규모의 살림집 단지를 건설해 왔다. 주거시설로의 완성도는 별개로 하더라도, 대내외적으로 시각적인 홍보효과를 거두는데 있어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위원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웃고 내부적으로 팽배해 있는 체제불만의 압력을 완화시키는 수단으로서 건축을 활용하고 있는 북한이기에, 건축디자인의 방향은 농촌주택에서도 조형의 상징성다양성에 맞춰졌다고 분석했다.

북한 내 고위층을 위해 제공된 경루동 살림집의 경우, 평양 보통강을 따라 저층 공동주택을 건설함에 있어 나름 정돈된 디자인 원칙 안에서 조형성을 구현하려는 의도가 파악된다. 이러한 사례에서 경험했던 건축디자인의 완성도를 농촌지역에 공급하는 살림집에도 일부 재활용한 의도는 평양 밖 주민들에게도 사회주의 수도 평양의 성과가 분배되는 느낌을 주고자 했던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양성을 강조하기 위해 배치한 살림집 가운데는 도시에 어울리는  형태의 것들도 있다.



 시각적으로 조잡해 보이는 것을 너머

외부에 노출된 콘크리트 난간이 향후

기능을 지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

 

이창우 연구위원은 사진을 확대해 보면서 유사해 보이는 사례들의 뚜렷한 차이를 분석했다. 평양의 신축살림집의 경우, 색채를 구현하는 부분에서 넓은 타일을 활용함으로써 면의 평활도나 줄눈의 단정한 표현이 가능했던 반면, 농촌의 신축살림집은 동일부분을 마감몰탈 위에 줄눈을 파고 그 위에 거친 페인트칠로 마무리한 탓에 면과 줄눈의 상태가 상당히 조잡하게 처리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평양의 사례들은 발코니 난간에 별도의 자재를 사용하여 우리에게도 익숙한 외관에 근접하고 있지만, 농촌의 사례들은 현장에서 콘크리트로 만들어놓은 것들이어서 시각적으로 조잡해 보이는 것을 너머, 외부에 노출된 콘크리트 난간이 향후 지속적으로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과거 건축분야의 남북경협 당시에 조사된 자료에 근거해 볼 때, 북한의 살림집들은 겨울철 추위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서 개구부를 작게 두는 지역적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던한 평양식 디자인에서 활용했던 과감한 개구부들이 북한 각지의 혹독한 겨울환경에서도 그 효용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난방과 단열대책이 강구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신옥경 연구위원은 29차례의 보도를 통해 소개된 농촌 각지의 신축살림집들을 보는 동안 어느 지점부터는 변별력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느 한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살림집을 배경으로 진행된 입사행사를 보고 나면 다른 지역의 입사행사에서도 그 형태들이 순서를 바꿔가며 유사하게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변별력의 단서를 각각의 살림집이 놓인 땅과 주변 배경에서 찾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되기도 했다면서 농촌지역이라 하더라도 살림집 단지 내 도로를 포장하지 않고 흙길로 내버려둔 채 주민들의 입사행사를 진행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신위원은 향후 도로가 포장된다면 다행스럽겠지만, 살림집을 감싸고 흐르는 열린 도랑들이 하수도 역할을 하도록 마무리된 것을 볼 때, 계속 흙길로 남겨둘 것 같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는 어쩌면 기반시설보다 건물의 외형이 갖는 시각적 홍보에 치중하는 북한식 건설관행이 농촌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 같아 아쉽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살림집 단지내 도로를 포장하지 않고  흙길로 버려둔채  주민들의 입사행사를 진행하는 현실이 문제된다고 지적했다.

 

농촌혁명 주인만들겠다 목표 설정

농업생산성 증대시킴으로 만성적인

식량부족 해결과 문명화 도모 의지

 

차상욱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농촌살림집을 통해 구현해보는 다양성은 신옥경 위원의 경험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지역특성을 무시하고 동일한 규모의 다양성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또 다른 모습의 획일성으로 굳어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북한이 최근 농촌지역에 많은 살림집을 공급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 대해 소개했다.

차위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21,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 4차 전원회의에서 새시대 농촌강령을 발표했다고 한다. 낙후된 농촌의 현실이 농민의 소외감과 불만을 불러와 농업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 대책으로서 농민을 지식형 근로자로 세우고 농촌혁명의 주인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과학기술에 기반 하여 농업생산성을 증대시킴으로써 만성적인 식량부족문제의 해결과 농촌의 문명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보았다.

이는 도시가 농촌을 지원한다는 공식에서 탈피하여 도시와 농촌이 서로 균형 발전되도록 정책을 세워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이 강령이 올해 2월에 개최된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농촌혁명강령으로 명명됨과 동시에 그 실행을 위한 결정서를 채택한 것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곧 강령을 빠르게 시각화하기 좋은 농촌주택 개량사업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김도현 위원장은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김도현 위원장은 국내 북한전문매체에 소개되고 있는 신축 농촌살림집들의 실태를 소개했다.

새로운 장소에 건설된 살림집을 배정받은 북한주민들은 건물의 하자는 물론이고, 주민들의 생활터전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지어졌음에도 교통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 때문에 입사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기존 살림집 단지를 재건축하는 형식인 경우, 그 비용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탓에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입주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은 역시 주민의 요구는 언제나 뒷전에 두고 체제선전의 도구로만 인식하는 북한의 잘못된 건축관에 있음을 재확인하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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