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는 리처드 닉슨 및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역임한 외교관이자 정치학자다. 냉전시대 미국의 외교정책을 수립한 핵심인물로 미중국교정상화 교섭과 베트남전을 종식시킨 파리평화협정을 맺는데 주된 역할을 하고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 책은 전반부에 결론의 요약정리가 되어 있다. 미국이 세계나 외국에 나갈 때는 다른 영토 야심이나 자원 획득 목적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는 가치(價値)를 내세우고 관철하려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몇몇 기여한 지도자를 소개해놓았다.
전반부 이후의 내용은 유럽의 외교 역사와 미국의 건국과 그 이후 세계를 향한 미국의 외교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거의 역사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과의 외교 역사를 다루고 있다.
키신저의 설명에 따르면, 신세계질서가 나오기 전 기존 국제질서로 17세기에는 리슐리외의 프랑스가 국민국가에 기반하면서 국가이익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근대적 접근법을 국제관계에 도입했다. 18세기에는 영국이 세력균형의 개념을 발전시켜 유럽외교를 지배했다. 19세기에는 메테르니히의 오스트리아가 유럽협조체제를 재구축했다.
한편 비스마르크의 독일은 유럽외교를 권력정치라는 냉혈한 게임으로 변모시켰다. 그런 다음에 질서가 바뀐다. 신세계질서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신세계질서는 무엇이고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미국에서 비롯되는데, 미국은 국내적으로 민주주의를 완벽히 구현하면서 외국에도 자국과 같은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한 성전(聖戰)을 할 용의가 있고 기꺼이 전 세계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왔다. 그것이 바로 신세계질서, 즉 미국이 보는 지구상의 바람직한 신국제질서임을 강조한다.
이런 이상주의자, 미국적인 가치인 민주주의, 자유의 유토피아를 구현하려는 미국내 정치인으로 우드로우 윌슨, 프랭클린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든다. 미국은 늘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에 앞장섰다. 유럽 재활, 일본 복원, 그리스와 터키, 베를린, 한국에서의 공산주의 팽창 억제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이상이 옳았다는 것은 1989년 말부터 1990년대 초에 벌어진 소비에트 러시아 공산주의의 붕괴와 동유럽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이다. 베트남과 중국의 시장경제 도입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신질서가 승리했지만, 그 출발점은 우드로 윌슨이 파리에 와서 한 14개조의 주장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로는 현실주의자로서 세력권 개념을 긍정한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1908년 일본의 한국 점령을 묵인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힘이 세고 대한제국은 일본보다 힘이 약했으므로 일본의 한국 지배를 수긍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루스벨트 가문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9년에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침략국으로 지목하면서 강대국의 약소국 침략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전 세계 모든 약소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독립 유지가 미국의 안전과 번영에 영향(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약소국인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트루먼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침략세력의 도전으로 인식, 전 세계에 미국이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참전했다고 말했다. 키신저는 화려하지 않은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전쟁에서 아주 단호했던 것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했다. 미국의 핵심가치를 지키기 위해 전쟁 이틀 만에 해공군을 투입했고 전쟁 5일 만에 지상군을 보냈으며 미7함대에게 공산군으로부터 타이완을 지키도록 명령했다.
휴전의 아쉬움은 통일의 기회가 상실된 점이다. 키신저는 유엔군이 청천강과 함흥을 잇는 선까지만 올라가서 그곳에서 아주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했더라면 한반도 통일은 몰라도 거기까지 통일은 되었을 것이고 중공군의 개입을 막았을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
한국전쟁을 겪은 결과 유럽은 미국의 지원으로 군비증강이 이뤄지고 나토가 창설되는 등 예기치 않게 한국전쟁의 승자가 되었다. 중국공산당은 막대한 대가를 지불했고, 소련은 서방과의 군비경쟁 출혈로 패배자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앤김북스 2023년 8월 25일 발간, 정가 3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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