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3·1운동 105주년… ‘최초 국어사전’원형 재현‘조선어사전’ 초판본 86년만에 복간/ 조선어사전 1938년 문세영 지음3·1운동 105주년을 맞아 ‘조선어사전’이 복간됐다. 초판 발간 후 86년만이다. 조선어사전은 우리말로 된 최초의 국어사전으로 청람 문세영이 편찬해 1938년 발간됐다. 어휘를 모으고 풀이한 사전이기 전에 우리말이 나라말이 될 수 없던 시기에 우리 언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리는 선언이기도 했다.
조선어사전은 초판본 8만여 어휘, 수정증보판(1940년 발간)은 9만여 어휘의 올림말이 실린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4만여 어휘가 실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말모이’나 6만가량의 어휘가 실린 조선총독부 사전을 능가한다.
표준말 외에도 방언, 옛말, 이두, 학술어, 속담, 관용구 등 다양한 우리말을 수록하고 있어 당대의 언어생활뿐만 아니라 사고방식과 문화를 두루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모던껄’, ‘모던뽀이’ 등 근래의 사전에는 수록되지 않은 신어가 실린 사례, ‘러버(Lover)’의 뜻풀이로 ‘마음속에 있는 사람. 戀人(연인)’을 제시하고 있으면서 정작 ‘연인’은 올림말로 등재되지 않은 사례 등은 서구 문물이 유입되던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지식공작소(대표 박영률)는 “최초의 국어사전이 박물관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영인본으로 복간하게 됐다”며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고려대학교 소장본과 비교·대조하여 원형과 최대한 동일하게 재현했다”고 밝혔다.
단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변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때문에 현대의 국어사전을 통해 과거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시차뿐 아니라 오해도 동반하는 일이다. 하지만 <조선어사전>은 20세기 초 조선을 들여다보려는 이들에게 올바른 렌즈가 되어 준다.
이 책을 통해 연구자는 당시의 생생한 풍경을, 문학 독자는 작가가 의도한 의미를, 창작자는 현대의 국어사전에서는 맛볼 수 없는 풍부한 언어의 바다를 지금 여기에 불러올 수 있다. 지식공작소 펴냄. 정가 5만1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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