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의 남성들 권위 추락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1/07/16 [14:13]

북녘의 남성들 권위 추락

통일신문 | 입력 : 2001/07/16 [14:13]
북한은 대남주의가 매우 극심하다.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면에서 남성들이 확고한 주도권을 쥐고 권위주의를 부리고 있다. 여성들은 자식을 낳고 가사나 돌보는 것이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며 또 여성들도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남성이 절대적 우위의 봉건적인 사회의 인습이 만연되었던 북한에서 90년대 초부터 식량난이 어려워지면서 남성들의 지위와 권위가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하였다.
80년대 만 하여도 가정의 세대주인 남편들의 대다수는 국가에서 지정해준 일터에서 밤늦도록 열심히 일하다 보니 집에는 식사시간이나 밤늦게 퇴근하여 노임이나 배급표를 아내에게 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권세를 부렸다.
당시만 해도 가정에서 먹고사는 것의 모든 것은 남편의 월급과 배급표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92년 초부터 조금씩 배급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94년부터는 당과 군인가족, 보위부와 사회안전부(경찰)를 비롯한 권력기관을 제외하고는 거의 중지되고 말았다.
급하게 된 것은 남편보다 쌀독을 다루는 주부들이라 그들의 연약한 어깨에 무거운 짐이 지워짐으로써 가정에서 아내의 권한이 남편을 누르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주부들이 생활전선에 적극 나서 남편보다 돈과 식량을 많이 구입해 들이기 때문이다.
북한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장마당에 나가면 여성들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자식들을 키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는 굶주림에 학교에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어린것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공장은 멈추어 버리니 남편들은 회사에 나가면 출근도장이나 찍고는 할 일감이 없으니 집으로 돌아와 아내의 장사 일이나 아이들을 돌본다.
그뿐만 아니라 밥도 짓고 빨래까지 하는 세대주들도 많다. 한마디로 남성과 여성, 남편과 아내의 역할과 분담이 바뀐 것이다.
식량난이 극심해 지면서부터 남편의 말이라면 거의 조건부 없이 무조건 따르던 아내들이 “아니다.”고 하기 시작하였고 세대주의 말이 힘을 잃고 가부장적 가정의 체계가 깨어지고 있다. “요즘세월 혼자 몸도 건사하기 힘든 때에 자식을 먹여야 되고 남편까지 거들여야 하니?”라고 하더니 96년부터는 주부들의 입에서 괴이한 유행어가 퍼지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남편을 ‘불편(不便)’이라 하던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낮 전등(電燈)’이라고 하며 심하면 “집 지키는 멍멍이”라 한다.
남편들은 부계(父系)씨족 사회로부터 다시 모계(母系)씨족 사회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고 한탄한다. 나라에서 배급을 주지 않는 다 해도 남편들은 전과 같이 직장에 출근해야 되지만 주부들은 먹을 것이 없다고 하면 출근하지 않아도 별로 추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장사를 하던지 쌀 구입 다니던지 여성들은 통제와 단속이 덜한 반면 남자들은 검색이 심하며 북한에서 돈벌이 그 자체가 불법적이고 비행을 동반한다. 남자들은 엄하게 다스리나 아줌마들은 관대함으로 남편들은 집에서 아이나 가사를 돌보고 아내가 밖에 나가 활동하게 된 것이다.
또한 대다수 세대주들은 사회적인 직위나 일정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았으므로 체면에 장 마당이나 되 거래 장사에 선 듯 나서지 못하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남자들도 식량구입과 돈벌이에 적극 나서 직장과 공장을 떠나 쌀 배낭을 메고 다닌다. 심지어 선생들이나 학자들, 대학교 교수, 박사들까지 제자들의 눈치를 보며 용감히 장 마당에 나와 옛날 물건들과 책들을 팔고 있다.
허나 아직도 많은 남편들이 불편(不便)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 할뿐 아니라 식량난으로 전에는 없던 가정파괴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
<박상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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