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 의문시하는 친구보면 마음아파

“北 너무 적대시하는 분위기… 차근차근 화해했으면 좋겠다”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9/05/27 [08:38]

통일교육 의문시하는 친구보면 마음아파

“北 너무 적대시하는 분위기… 차근차근 화해했으면 좋겠다”

통일신문 | 입력 : 2009/05/27 [08:38]

유년기를 북한에서 보내고, 사춘기부터 남한에서 생활하여 남한의 청소년과 다름없지만 다른 삶을 살아온 부모님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생각은 아직 온전한 남한의식이 물들지 않았다. 유년시대를 북쪽에서 보내고 청소년시대를 남한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들을 탈북 1.5세대라고 부른다.

탈북 1.5세대에 속하는 고3인 심정만 군(가명, 21세)과 고2인 임권혁 군(가명, 20세)은 남한에서 초등학교부터 다녀 웬만큼은 남한생활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심 군은 함경북도 온성군이 고향이다. 탈북 후, 남한에서 초등학교 5학년부터 학교를 다니기 시작 7년째 남한의 정규교육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공부에 어려움이 많지만 참고 이겨내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는 “처음에 왔을 땐 중국에서 유학하고 왔다고 둘러댔지만, 중학교 무렵부터 북한에서 온 것을 주위에서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 구로구에 위치한 서서울생활과학고는 가장 활발하게 통일교육을 하고 있다. 또 통일관 운영을 통해 북한의 생활상을 학생들과 지역주민에게까지 알리고 있다     ©통일신문
심 군은 한 번 3일간 가출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방황은 오래가지 않아 끝이 났다고 한다. “나가서 고생만 실컷 했다”며 “가출하고 들어온 후 부모님하고 일주일동안 말도 못했다”고 당시를 설명하며 싱긋 웃는 얼굴표정이 밝기만하다.

심 군이 다니고 있는 서서울고등학교는 청소년통일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통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심 군은 “일반학교엔 없는 통일교육관도 만들어 남한에서는 청소년통일교육을 가장 모범적으로 실행하고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이런 걸 왜하느냐는 친구들도 있어 마음이 언짢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을 너무 적대시하는 분위기를 느낀다며 “아직 휴전상태니 차근차근 화해모드로 다가갔으면 좋을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심 군은 대학에서 무역이나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어릴 때 배워둔 중국어 공부를 다시 하고자 중국유학을 갈 예정이다. 이들이 미래에 남한과 북한, 중국을 누비며 무역으로 통일조국을 빛낼 것을 기대한다.

임권혁 군도 남한에서 초등학교 6학년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임 군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싶었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더 적응하기 힘들 것 같아 고등학교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임 군도 처음에는 강원도에서 왔다며 탈북자인 것을 숨겼지만 지금은 주위 친구들이 다 알고 있어 그때 왜 내가 그랬는지 지금 생각하면 철이 없었다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는 “지금 주위사람들이나 친구들이 모두 알고 있고, 고향이 북쪽이라는 것이 오히려 학교생활에 득이 될 때도 있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서서울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임 군은 “탈북자라면 모두 통일을 원할 것”이라며 “남한의 청소년들 중에서 가끔은 북한을 굉장히 나쁘게 말하는데 통일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에 대해서도 “남한이 북한을 많이 도와주는데 왜 그렇게 강경하게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임 군은 후배 탈북청소년들에게 “부담감을 갖지 말고 스스로 자신을 채우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면서 “늦은 나이에 학교에 들어가도 당당하게 자신감을 갖고 편안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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