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과 나눈 대화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1/11/06 [10:38]

탈북자들과 나눈 대화

통일신문 | 입력 : 2001/11/06 [10:38]
지난 10월 20일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소속 '하나원'을 나와 남한사회에 정착의 첫발을 뗀 '하나원' 제15기 졸업생들이 동료의 생일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이들은 '하나원'을 나온 수백명의 탈북자들 중에서도 서로간의 정이 깊어 "우리 15기는 서로 친형제이고 하나의 대가정이다."고 말하면서 사회에 나온지 10일 밖에 되지 않지만 서로가 너무나 그리워 대구와 광주를 비롯한 먼 곳에서 '불원천리'하고 동료의 생일을 계기로 서울에 모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 모두는 중국에서 남한으로 오는 과정에 동남아세아의 3∼4개의 나라를 거치는 '고난의 길'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지'들이었다.
97년 북한을 탈출하여 두망강을 건너 4년간이나 중국의 동북3성을 떠돌다가 '귀인'을 만나 2001년 6월 남한에 입국한 김경철(가명-24)씨는 생일을 맞는 소감에 대하여 "너무나 가슴이 벅차다. 북한을 떠나 중국에 있는 4년동안 한시도 마음의 평온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생일을 보낸다는 것은 꿈도 못 꿔 봤다. 4년동안 북한 보위원들과 중국공안원들에게 쫒기고 의지할 곳이라고는 깊은 산골농촌마을 밖에 없고 하니 정처 없이 떠돌아 다녔다.
항상 불안과 긴장감 속에서 살다보니 생일도 잊어버렸는데 5년만에 생일을 맞으니 동료들이 너무나 감사하고 지금도 중국에 남겨두고 온 동생이 눈앞에 얼른거려 음식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98년 북한을 떠나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2001 6월에 입국한 김철혁(가명-20)씨는 "하나원을 나와 서울에 집을 받고 홀로 있으니 북에 있는 부모님과 형제들의 생각이 간절하다.
생활환경이 비슷한 탈북자들과 '하나원'에서 함께 생활할 때에는 지금처럼 북한의 생각은 나지 않았다. 혼자서 맛보는 좋은 물질생활은 나에게 별로 행복을 주지 못하는 것 같으며 너무나 고독하고 허전하다. 혼자라는 것이 너무 슬픈 일이다.
여기에 모인 형님, 누님들도 나와 생각이 같을 것이다.
한국에 가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부푼 희망은 중국에서 쫒기던 때의 생각인 것 같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지금껏 같이 고락을 나누던 분들과 이렇게 만나니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함께 있는 기분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한가족처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남한사회정착의 힘든 고비들을 압록강, 두망강을 넘던 그 정신으로 이겨내어 북한에 계시는 부모, 형제분들을 다시 만날 날을 차분히 기다릴 것이다."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그는 20살 청년이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 보이고 손등도 거북의 등처럼 굳었다.
이들과 함께 험한 길을 걸어 온 탈북자 김미화(가명-34)씨는 "저의 부모님들을 비롯한 형제들이 현재도 중국에 남아 한국으로 들어올 날을 고대하고 있다. 나는 9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조카의 손목을 잡고 먼저 들어와 현재 서울 송파구에 살고 있지만 조카는 저녘이면 엄마, 아빠가 언제 오는 가고 울먹인다.
나 역시 이럴 때마다 중국에 남아 있는 부모와 조카의 부모들이 공안원들에게 잡혀 북으로 다시 끌려가지 않을지 걱정이 태산같다. 이들이 하루속히 남한으로 입국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들을 위해 기도할 뿐이다."
이들 누구에게나 가슴아픈 사연은 피차 일반인 것 같다.
그러한 탈북자들이기에 서로의 정도 더욱 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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