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탈북자 강철환씨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1/12/12 [15:53]

[인터뷰]탈북자 강철환씨

통일신문 | 입력 : 2001/12/12 [15:53]
남한에 정착생활을 하고 있는 탈북자들 가운데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때문에 조선일보사 강철환(姜哲煥)기자는 탈북자들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독자들에게 북한의 실상과 정보, 등을 신속하게 전하는 소식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강철환씨는 1968년 9월 18일 평양시 중구역 경림동에서 강리명과 신도옥 사이에 오누이 두 자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그는 유년시절 일본에서 조총련 교토본부 상공회장을 지낸 제주도 태생 할아버지 강태휴와 조총련 교토본부 여맹위원장을 지낸 할머니 송옥선의 장손으로 평양에서도 소문난 부자로 살았다.
그러나 그의 할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죄도 없는 죄명으로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총살당했으며 그와 그의 가족들도 요덕 정치범 수용소에 있는 가족세대에 수용되는 불운을 당했다.
어머니 신도옥은 수용소에 수용되기 전 강제 이혼당한 채 사회에 남고 할머니와 아버지, 삼촌, 여동생 그리고 강철환씨는 9살의 어린 나이에 수용소에 들어가 굶주림과 심한 노동으로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10년 동안 매일처럼 죽어 나가는 북송교포에 대한 참상을 지켜봐야만 했다.
1987년, 악마의 골짜기에서 풀려났으나 그의 가족은 모두 초주검이 된 상태, 설상가상으로 사회에 복귀하자마자 아버지는 수용소 생활의 후유증으로 한 많은 세상을 버렸고 어머니를 대신하여 가정의 키잡이를 하셨던 할머니마저도 돌아가고 말았다.
그 후 강철환씨는 정치범관리소 딱지가 붙어있는 자신이 그 어디를 가나 천대와 멸시 밖에 차려지는 것이 없는 북한이 더는 있을 곳이 아님을 깨달았으며 항상 뒤따르는 감시와 그로 인한 정신적 압박감으로 견딜 수 없었고 미련을 가질 가족마저 잃게 되었다.
그리하여 안혁씨(강철환씨와 함께 귀순)와 오랜 토론 끝에 뜻을 같이하고 중국을 거쳐 험난한 초행길을 걸어 1992년에 남한으로 귀순하게 되었다.
북한의 절대군주체제와 그를 떠받드는 무자비한 독재사회가 그를 남한 행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든 것이다.
그는 자서전과도 같은 '대왕의 제전'의 머릿글에 "우리의 지나간 날들은 아름다움이나 그리움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우리가 태어나서 20여 년을 살아온 땅, 우리 가족들이 아직도 살고 있는 그곳은 우리에게 아름다움 대신 절망을 주었고, 그리움 대신 고통을 주었다.
그리고 결국 우리를 그곳에서부터 내몰았다.
수도 없이 넘긴 죽음의 관문.
죽음이 현실보다 감미롭고 매혹적인 자태로 우리를 유혹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에게 주려고 한 고통은 죽음마저도 용납되지 않는 막다른 골목이었다."고 쓰고 있다.
강철환씨는 93년부터 한양대학교 무역학과에서 공부할 때를 추억하며 "당시에 대학가에서는 운동권학생들이 득세하여 그들과 많이 논쟁하고 싸우기도 했다. 이들이 너무나도 세상을 모르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유와 평화, 그리고 주변의 배려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에게 산다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으며 인생이 그렇게 쉽게 결판이 나는 것 또한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혼란스럽고 그들의 주장이 역겹기도 했으나 나의 대학생활은 재미있고 행복했으며 여태 못한 공부를 다시 하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당시의 대학생들도 개인주의적이었으나 지금처럼 농후하지는 않았고 가끔 그들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대학생활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97년 대학을 졸업한 뒤 3년간의 한국전력공사근무를 거쳐 작년 말부터 현재 조선일보사 기자로 10년간의 남한정착생활과정은 학구열, 인내, 도전, 창조의 나날이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그의 기사를 보고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고도 한다.
북한의 있는 현실을 그대고 말하고 인간의 초보적인 권리와 인권마저 박탈한 북한정권에 대한 비판은 응당해야 할 것이며 이를 반대하는 사람이 진보라 할 수 없다.
북과 남의 현실을 깊이 체험하면서 쓰고 단맛을 충분히 본 그로서는 응당한 일이다.
어쩐지 어제도 그러했지만 내일도 진실은 그의 편에 서리라는 예감이 들며 아무튼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미덥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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